런던 다락에서
런던 다락 좁은 공간이 빈티지 소품에 넋을 놓은 사람들로 붐빈다. 한 여성이 거울 앞에 서서 가슴까지 길게 떨어지는 목걸이를 목에 건다. 어머 난 왜 못 봤지, 저분이 안 사면 내가 사야겠다. 마음이 급해진다. 행여 눈길이 마주칠까 조심하며 예의 주시한다.
여보, 이거 어때?
깜짝 남편이 등장한다.
예쁘다 예쁘다.
남편의 손이 연신 여성의 등을 쓰다듬는다.
내 눈길을 사로잡은 건 그의 손이었다.
예쁘다, 하며 등을 쓰다듬는 그 손.
둘은 한참 얘기한다.
잘 들리지 않지만
목걸이에 대해서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에 대해서
어떤 옷에 맞춰 걸면 멋스러울지에 대해서 일까.
결국 목걸이를 사지 않고 가게 밖으로 나서는
둘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그래, 충분해졌을 거라고.
예쁘다는 말과
이어진 일상의 말들과
온기가 전달된 손길로
사지 않아도 가지는
충분함을 챙겨 떠났을 거라고.
사랑은 저런 사람이랑 해야 돼. 알았지?
아니, 저런 관계로 이뤄져야 해. 알겠지?
누구한테 하는 말일까.
아마, 나에게.
여기, 전부의 물건들로도
아마, 런던 전체를 준다고 해도
채워지지 않을 공허함을 깨닫고
나 역시 가게 밖으로 나섰다.
협재의 노을을 걸었다.
사고 싶다, 는 마음을 믿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