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WITH YOU]독침, 어부들 괴롭힘...해양생태계엔 주요 역할
주르륵~주르륵~비가 옵니다.
아침 회의 시간. 주말의 피곤이 묻어있는 월요일입니다. 회의 중간 ‘후드득’라는 소리에 창문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굵은 빗줄기가 도시의 텅 빈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창문으로 빗줄기가 어느새 구불구불 시냇물처럼 흘러내립니다. 정해진 규칙도 없습니다. 중력에 따라 자유롭게 그림을 그립니다. 살아있는, 꿈틀거리는 그림을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 비 오는 모습은 특징이 있습니다. 줄기차게 오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쏟아졌다 잠시 쉬었다 다시 세차게 퍼붓는 파동을 보입니다.
비 온 다음날. 아이들 옆구리에는 소쿠리가 하나씩 들려 있었습니다.
“미꾸라지 잡으러 가자!”
그랬습니다. 어릴 적, 당시는 국민학교였죠. 아마 4학년 때로 기억됩니다. 한적한 산골 마을에 비가 온 뒤 조무래기들은 논두렁 사이를 누비며 미꾸라지를 잡았습니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이 만한 식재료는 없었습니다. 당시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는 마땅한 철망이나 걸이가 없을 때였습니다. 소쿠리 하나만 있으면 충분했던 시대였습니다. 농약도 많이 치지 않는 시대였습니다. 농약 살 돈이 없어서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논두렁 사이 물이 졸졸 흐르는 곳에 미꾸라지는 많았습니다. 1시간 정도 소쿠리 물질을 하면 대여섯 식구가 충분히 먹을 만큼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도 조무래기 세 명은 동네를 감싸고 있는 조그마한 언덕을 넘어 논이 펼쳐져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빗물이 들어간 고무신은 질척거렸습니다. 걸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들려옵니다. 밤새 퍼붓던 비는 아직 그치지 않고 가늘 가늘 내리고 있었습니다. 우산을 쓰기에는 너무 가벼운 빗방울이었습니다. 얼굴에 내려앉는 감촉이 부드러웠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조무래기들은 괜히 고개를 들어 얼굴을 하늘로 향했습니다. 간들간들 하늘에서 내리는 수증기 같은 빗줄기가 피부에 와 닿았습니다. 아침 안개 느낌이랄까. 간질거리는 것도 같고 부드러운 무언가 얼굴에 하나씩 내려앉는 감촉이랄까.
“오늘은 얼마만큼 잡을 꺼?”
한 녀석이 묻습니다.
“너보다는 많이.”
다른 녀석이 입을 비쭉 내밀려 놀리 듯 대답합니다. 둘의 소쿠리 크기는 거의 비슷했습니다. 논두렁에 도착하면 서로 앞다퉈 소쿠리를 쑤셔 넣어 미꾸라지 잡는 경쟁이 펼쳐집니다. 논두렁에 미꾸라지가 많은 이유는 농약도 치지 않았고 무엇보다 밑바닥이 진창, 진흙으로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미꾸라지는 땅을 파고 들어가 숨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물이 흘러가고 수풀이 우거져 있으면서 진흙으로 돼 있는 곳이 매우 좋은 서식지입니다. 소쿠리를 물속 깊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집어넣은 뒤 두 발자국 이전부터 발을 빠르게 꾹꾹 누르면서 미꾸라지를 깨웁니다. 그렇게 몇 번 발길질을 한 뒤 소쿠리를 재빨리 들어 올립니다. 이때부터 시간과 싸움입니다. 뜰채나 걸이는 금방 물이 쏟아져 걸려든 미꾸라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소쿠리는 촘촘하게 대나무로 엮어져 있어 물이 빠져나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기다림의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이때가 가장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이미 잡힌 미꾸라지는 소쿠리 안에 있기 마련입니다. 다만 물이 천천히 빠지기 때문에 곧바로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소쿠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물을 빨리 빼려고 하는데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진흙까지 소쿠리 안에 잔뜩 담겨 있어 물 빠짐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미꾸라지는 그 사이 소쿠리 안에서 이리저리 잽싸게 왔다 갔다 요동칩니다. 그 때문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킵니다. 물결의 개수를 보고 미꾸라지가 얼마나 많이 잡혔는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내 소쿠리에서 매우 큰 물결무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물결무늬는 천천히, 굵직하게 나타났습니다. 순간 ‘엄청 큰 미꾸라지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뇌 속 도파민이 마구마구 분출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러다 심장마비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그때 시절을 떠올려 보면 미꾸라지는 제법 컸습니다.
조금씩 소쿠리에 있던 물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한창 지나 내가 소쿠리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자 두 명의 조무래기도 이런 내 모습이 궁금했는지 내 양 옆에 서서 내 소쿠리 안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물이 빠져나가는 소쿠리를 세 명의 조무래기가 비를 맞으며 둘러서서 응시하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그 사이 커다란 물결이 꿈틀꿈틀 소쿠리 안을 휘젓고 있었습니다.
“뭐지?”
“엄청 큰 미꾸라지가 잡혔나?”
소쿠리에서 물이 다 빠져나가고 진흙과 잡힌 미꾸라지가 마침내 모습을 조금씩 드러냈습니다. 조그마한 미꾸라지 대 여섯 마리 사이로 ‘매우 큰 미꾸라지’ 한 마리가 천천히, 느릿느릿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소쿠리 무게도 다른 때와 달리 묵직했습니다.
그때 한 녀석이 소쿠리 안에 있는 ‘매우 큰 미꾸라지’의 정체를 곧바로 파악한 뒤 소리 지르는 것과 동시에 내 곁에서 번개같이 도망쳤습니다. 그 녀석은 달리기에 아주 소질이 없는 편이었는데 그때만큼 빠르게 나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매우 큰 미꾸라지’ 정체를 알지 못했습니다. 아니, 내 소쿠리에 든 미꾸라지가 지금껏 잡은 미꾸라지 중에서 최고 길이가 될 것이란 흥분에만 휩싸여 있었습니다. 한 녀석의 외침과 함께 다른 녀석도 내 곁에서 삼십육계 줄행랑을 쳤습니다. 소쿠리를 들고 있는 나만 순식간에 남았습니다. 나는 여전히 소쿠리 안의 ‘매우 큰 미꾸라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어 나도 모르게 녀석의 외침에 소쿠리를 어떻게 내팽겨 쳤는지도 모르게 던져버린 뒤 녀석들과 함께 줄행랑을 놓고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도망친 녀석은 이미 저 멀리, 그다음 녀석은 중간에, 이어 내가 마지막으로 논두렁 위를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고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번개같이 도망친 녀석이 소리쳤던 당시 그 목소리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 귀에 생생합니다.
“뱀이닷!! 뱀이닷!!!”
‘매우 큰 미꾸라지’는 다름 아닌 뱀이었습니다. 수풀 속에 숨어 있던 뱀이 미꾸라지를 유인하기 위한 내 발길질에 같이 소쿠리 안으로 들어왔던 것이었습니다. 당시 그 뱀은 어떻게 됐을까요. 아직도 내가 버린 그 소쿠리 안에 있을까요.
해파리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어릴 적 미꾸라지 추억이 먼저 떠오르는군요. 비도 오고, 추억은 늘 머릿속에 숨어 있다 특별한 환경이 펼쳐지면 하나씩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 당시를 생각나게 만듭니다. 아마도 나의 ‘매우 큰 미꾸라지’ 추억처럼 해파리에 대한 추억도 있지 않을까요.
관련 동영상=미국령 사모아 해저산에서 촬영한 해파리
https://www.youtube.com/watch?v=fErrIIFrFl0
해파리는 여름철에 해수면까지 올라와 사람을 괴롭힙니다. 해파리는 인류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해변을 찾은 이들을 공포에 떨게 합니다. 독이 있는 촉수에 쏘이면 매우 아픕니다. 어부들에게도 해파리는 경계의 대상입니다. 그물을 끌어올렸는데 기대했던 물고기는 보이지 않고 해파리만 잔뜩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망을 넘어 힘겨운 노동에 힘이 빠지는 순간입니다. 해파리가 가득한 그물을 끌어올리는 것도 고역입니다. 몇몇 해파리는 심지어 해안 발전과 담수화 시스템의 파이프를 막아버리기도 합니다. 심각한 피해가 발생합니다. 해파리가 떼로 몰려들면 해변을 폐쇄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런 해파리도 과학자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주제입니다. 해파리는 해양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몇몇 물고기와 바다거북에게 해파리는 중요한 먹잇감입니다. 몇몇 해파리는 굴을 보호하기도 합니다. 포식자로부터 굴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해파리 종류는 얼마나 될까요. 공식 등록된 종류만 200여 종이 넘습니다. 이들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은 매우 다릅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스미스소니언연구소 과학자들이 최근 미국의 체스피크 만(Chesapeake Bay)에서 발견한 ‘사람 쏘는 해파리’는 대양에서 발견된 것과 달랐습니다. 새로운 종으로 확인됐습니다.
해파리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원격 장치 비디오를 통해 이들의 생태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3000m의 중수에서 해파리가 먹이 활동을 어떻게 하는지, 또 어떻게 위로 움직이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동영상으로 촬영돼 있어 연구하는데 좋은 데이터가 되고 있습니다.
해파리는 사람을 공격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과학자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해파리와 접촉하는 그 어떤 경우도 이는 우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은 해파리 메뉴가 아니라는 겁니다. 사람이 해파리 환경 속으로 들어갈 때 그들의 촉수에 닿을 가능성은 그만큼 높습니다. 해파리는 뇌가 없는 대신 빛을 감지하고 헤엄치는 행동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으로 해파리는 미생물, 생선 알 등을 찾아내 먹이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해파리에 쏘였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 방법일까요. 우선 산성 액체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식초 등 산성 액체를 쏘인데 바르면 통증이 완화됩니다. 만약 쏘였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첫째 피부에 촉수가 붙어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이후 차가운 바닷물로 쏘인 부위를 씻어내야 합니다. 절대 문지르면 안 됩니다. 문지르면 독이 피부 깊숙이 들어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통증이 계속된다면 식초나 시장에서 관련 약품을 구입해 발라주는 게 좋습니다.
관련 동영상=이니그마 해저산 3700m 수중에서 찍은 해파리
https://www.youtube.com/watch?v=QGFh3UNvuC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