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WITH YOU] 비 오면 이제 대피해야 하는 시대 온다
“비 온다! 빨래 걷어라!”
어릴 적, 비 오면 가장 많이 듣던 소리입니다. 엄마는 늘 비 오면 빨래 걱정부터 하셨습니다. 이 소리에 우리 누나는 쏜살같이 달려가 허공에 매달려 있던 빨래를 걷었습니다.
“비 온다! 산 위 대피소로 대피하라!”
앞으로 이 같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비의 행태가 바뀌고 있습니다. 한 번 내리면?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립니다. 어디서?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특정 지역에 집중해서 쏟아집니다. 이런 행태를 보이니 이제 비가 오면 산 위 특정한 대피소로 달려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심각합니다. 장마가 있고 적당히 내리는 비가 아니라 앞으로 열대우림, 한꺼번에 퍼붓는 피로 큰 피해가 예상됩니다.
기후변화의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일까요. 불확실성에 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 기상청은 애를 먹었습니다. 큰 피해를 예상했던 태풍은 그저 그랬고, 예측한 강수량은 맞지 않았고, 우산을 준비하면 비가 오지 않고, 우산을 챙기지 않으면 비가 왔습니다. 예보는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합니다. 관측, 분석, 슈퍼컴퓨터. 이 세 가지 모두를 동원했는데도 올해 예보는 번번이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
기상청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예측과 예보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불확실성’입니다. 기후변화로 최근의 상황이 예측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이점이 많아졌다는 거죠. 슈퍼컴퓨터가 아무리 분석해도 이 같은 특이점이 반영할 수 없다면 예측의 정확도는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갈수록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죠.
최근 인도에 ‘100년의 홍수’가 찾아왔습니다. 인도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100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홍수’로 수많은 인도인들이 대피했거나 희생됐습니다. 특히 케랄라(Kerala) 지역은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백만 명이 대피했고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집은 홍수에 떠내려갔습니다.
위성으로 확인되는 사진은 그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게 합니다. 케랄라 지역은 지난 8월 8일부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인도 케랄라 주 강수량은 두 달 반 만에 지난해와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7%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4개월 정도 지속되는 몬순 내내 내리는 비의 양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짧은 기간에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진 것입니다. 물 폭탄이라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랜드샛8 위성에 탑재돼 있는 OLI(The Operational Land Imager)가 지난 2월 달 케랄라 지역을 촬영했습니다. 유럽우주기구(ESA) 센티넬2(Sentinel-2) 위성은 홍수가 발생한 이후인 8월 22일 같은 지역을 찍었습니다. 홍수 전후 사진을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랜드샛8은 케랄라 지역에 홍수가 오기 전인 지난 2월 6일 모습을 담았습니다. 벰바나드(Vembanad) 호수가 보이고 주변이 짙은 초록의 숲이 위치해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평온한 모습입니다. 푸른 강과 초록 숲이 공존하고 있는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센티넬2 위성이 찍은 사진은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홍수가 찾아온 이후인 8월 22일 찍은 사진으로 초목이 우거져 있던 곳이 온통 물로 뒤덮여 마치 ‘바다’로 변해버린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 폭탄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도 남습니다.
두 사진은 적외선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물은 감청색으로 초목은 밝은 초록으로 표시됐습니다. 이 같은 일이 인도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기후변화는 미래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지금, 당신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