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dventureJIEUN Dec 31. 2019

샛길로 빠졌다 어둠을 만났다.

[Bryce Canyon Nat'l Park 두 번째 이야기] 히치하이킹

" 어둠은 생각보다 금세 찾아왔다. 브라이스 곳곳을 탐험한다 치고 본래의 하이킹 루프를 빠져 샛길로 들어섰던 까닭이다. 저물어지는 태양을 보고 있자니 은근히 겁이 나기 시작했다. 기온은 떨어지기 시작하고 가장 멋있다는 선셋은 놓치고 있었다. 급한 마음을 안고 서둘러 브라이스 캐년 속을 빠져나와 6-7시간의 하이킹을 마무리했다. 점심 이후에 시작한 하이킹이 저녁 8시에야 끝이 났다. 문제는 바로 하이킹이 끝난 직후에 시작됐다. 우리가 어디지?"

2019.08.31 ~ 2019.09.01 

Bryce National Park, UT


1. 저쪽으로 가보자!

 우리가 하고자 했던 트레일의 루프를 만나고 하이킹을 하던 도중 흥미로운 언덕이 눈에 보였다. 우리는 호기심이 발동해 본래 가려했던 트레일이 아닌 샛길로 가보기로 했다. 무작정 언덕을 올랐다. 언덕을 오르고 보니 또 새로운 길이 보였다. 그곳에서 보이는 후두스의 모습은 마치 기도하는 여인 같았다. 꼭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모습에 매료되었을까? 혹은 우리만 이렇게 다른 길로 새는 것이 아닌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까? 우리는 그 길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언덕 꼭대기를 따라서 쭉 걷다 보니 점점 높아졌다. 생각보다 

좌) 마치 가운데 서있는 후두스가 기도하는 여인과 닮았다. 우) 우리가 올랐던 언덕

가파른 길에 살짝 겁이 났다. 언덕이 점점 절벽길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해서 가기로 했다. 무엇에 홀린 듯 이 정도 겁이야 우리가 넘어서고 계속해서 마냥 걸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길이 막막했고 그 막막함을 지나쳐 도착한 곳은 가파라서 길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 후두스 사이의 높은 지대였다. 우리는 다시 그 길을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되돌아 가는 와중에도 새로운 길에 대한 욕심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숲 속으로 다시 발길을 향했다. 그렇게 숲길을 헤매게 되었다. 이곳은 정말

사람이 다닌 길의 흔적도 없었다. 그저 나무와 건초들 사이를 지나다녔다. 그렇게 30분 정도 헤매니 저쪽으로 하이킹 코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원래 걸었던 코스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길로 우리는 들어섰다. 

이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지도도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상황에서 운 좋게도 다른 하이킹 무리를 만났다. 그들을 통해서 우리가 나바조 트레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정보를 얻고 우리는 지는 해를 두고 어서 선셋 포인트로 향했다. 본래의 트레일 헤드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이라서 가장 가까운 선셋 포인트로 향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이었다. 


2. 어둠이 내리고

선셋 포인트로 가는 길도 쉽지는 않았다. 높은 포인트 위로 다시 올라가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어둠이 조금씩 내려앉기 시작했다. 지그재그로 연결된 길은 제법 어두웠다. 어둠이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도착하고 싶었던 우리는 속력을 내었다. 

좌)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길 우)선셋포인트로 향하는 도중의 브라이스캐년의 모습

 그렇게 선셋 포인트에 도착했다. 여기서 난관이 시작되었다. 해가 떨어지자마자 세상은 빠르게 어두워졌고, 이미 순환버스는 끊겼다. 우리의 차는 이곳에서 또 몇 마일이나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미 어두워져 버린 이 길을 걸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국립공원 레인저에게 물어보았지만 걸어가라는 답뿐 돌아오는 것이 없었다. 우리는 바로 주차장에서 우리를 데려다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다행히도 10여분 만에 친절한 프랑스인을 만났다. 그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으나 이내 우리의 사연을 듣고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브라이스 캐년 하이킹을 마무리했다. 힘들었던 하이킹의 마무리는 역시 어서 캠핑장을 찾아 먹는 저녁이다. 제레미와 캠핑을 하면서 자주 먹는 음식은 된장찌개다. 야채와 된장만 챙겨가면 따뜻하고 구수한 한국의 맛이 완성된다. 거기에 핫도그까지 함께 곁들이면 쌀밥이 없어도 맛있는 한 끼로 배를 채울 수 있게 된다.

좌) 된장찌게 우)핫도그


3. 브라이스 캐년의 캠핑장

브라이스 캐년은 정말 하이킹으로 시간을 보내기 딱 좋은 국립공원이다. 처음 우리의 주 목표는 사실 브라이스 캐년이 아니었다. 그저 들렀다 갈까 하는 마음으로 브라이스 캐년에 들어섰다가 결국 하루를 그곳에서 보내게 되었다. 사실 브라이스 캐년은 캠핑장 구하기는 쉽지 않다.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지 않고 first come first serve 였다. 주변의 사설 캠핑장을 이용하면 된다만 아무래도 국립공원 내의 캠핑장만큼 좋지는 않다. 즉흥적으로 캠핑을 다니는 우리는 당연히 사실 캠핑장을 얻지 못해서 밤 9시가 넘어서 캠핑장을 찾아 헤맸다. 우리는 결국 주변의 사설 캠핑장을 가지 않고 1시간 30분 거리의 주립공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캠핑을 했다. 우리는 하지 못했지만 이 브라이스 국립공원 내에서 캠핑을 하면 당연히 더 많은 브라이스의 모습을 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립공원 내에서 캠핑을 하고 싶다면 오전 중으로 가서 미리 캠핑 스폿을 잡고 하이킹을 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라이스 캐년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한 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