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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이버스 Oct 18. 2019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by 스티븐 핑커

과학이 발견한 인간 마음의 작동 원리와 진화심리학의 관점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의식이란 무엇이며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인가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과 같은 강인공지능을 넘어 25년 내에 초인공지능이 올 것으로 예측되는 이 시대에 가장 궁금한 질문을 20년도 더 전에 쓰여진 책에서 열심히 파헤치고 있다. (역시 이 세상엔 많은 위인들이 산다.)

핑커는, 마음(메시지)과 신체(매개체)를 독립적으로 볼 수 있는 동시에, 정신(마음)과 물질(신체)을 연결시켜 주는 '계산주의 마음이론'과 자연선택으로 환경에 맞춰 메커니즘(마음)이 설계되었다는 '진화심리학'으로 인간 마음의 이해에 대한 기저 논리를 만든다.


- 책이나 영화의 메시지도 잉크 자국이나 전하의 패턴 속에 있다 (계산주의 마음이론)

- 자연은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령하지 않으며, 행복과 미덕은 자연선택의 목표와는 별개로 우리가 결정할 문제다 (진화심리학)


의식은 지능에 비해 자기 인식, 정보에 대한 접근, 감각력이라는 3가지 차별점이 있다고 자신 있게 설명한 부분도 흥미로웠고, 역시나 감각력에 대해서는 미지의 세계이며 과학이 아닌 윤리의 주제라고 정리되는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는 깔끔한 정리가 되었다면 인간으로서 아쉬움이 남았겠지.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는 다 똑같이 우주먼지로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동일한 시간을 보냈고, 자연선택은 목적이 없기에 우리 모두는 환경에 따른 자연선택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점에서는, 그저 겸허해진다. 그리하여 감각력을 빼면 마음은 모두 진화로 설명이 되고.

우리는 시각적으로 인식한다

가장 큰 정보 해석 능력인 시각에 대해서는, '세계에 대한 전제들을 덧붙임으로써 잘못 설정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능이고, 잘못 설정된 문제는 반사된 빛으로부터 사물의 형태와 재질을 추론하는 역광학이다' 라는 설명을. 아 이런 재미있는 사람들. 이렇게 정리를 하니 너무나 신선하다. 또, 우리가 시각정보를 저장, 해석하는 방식이 마음 회전 이론(2.5차원 스케치), 기하자 이론(도형 모음을 조합), 복합시각 이론(수많은 파일 저장)을 통한다는 것도 정말 고민 많이 하셔서 정리하셨다. 논리적, 절차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인간 인지 테두리 안에서 설명을 하려고 하니 이런 결과들이 나온 것일 테고.


과학자와 어린이(자연인)는 모두 세계를 이해한다. 다만 과학자는 '모든 지식을 쓰지 말고, 주어진 전제하에 추론하라'는 현대 교육을 따라 축적된 지식을 효율적으로 학습했을 뿐.

시각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이치(물리)를 직관하는데도 우리는 주어진 이 세계(환경)에 맞춰 진화되어 머릿속에 이미 공리가 깔려있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카너먼이 주구장창 주장한 우리의 바이어스들이 사실 단일 사건에서는 가장 훌륭한 추론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그럴듯하다.

벽돌책의 아름다운 자태. 구..구백육십이 페이지....

핑커는 감정-가족-예술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진화이론을 바탕으로 설명해 나간다. 핑커의 설명에 따르면 감정도 환경을 이해하고 타인과 협동하는 목표 아래 자연선택되어간 유전자 프로그램이며, 감정적 폭주 역시 통제되지 않은 기능 불량이 아니라, 잘 설계된 프로그램 안에 기대된 결과다.


- 역겨움의 목적은 위험한 음식으로부터의 적응 특성  

- 음식에 대한 금기는 타 부족으로 이탈을 막기 위한 설정

- 혈연관계에 있는 유전자 간의 이익을 위한 행동을 다른 말로 하면 사랑


이런 정리가 신선했고, 개체 간에는 신체로 인해 분리가 될 수밖에 없는데, 분리된 유전자 간의 소통을 담당하는 매개체가 사랑-동정-감정이입이라는 설명도 재미있었다. 설명이 되는 것 같으면서 뭔가 구멍이 있다 싶기도 한 느낌적인 느낌…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 역시 자손 생산과 그에 따른 투자 에너지, 이해득실에 대해 살피는데, 꽤나 마음이 편치 않은 가운데 열심히 유전자에 빙의되어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과연 예술에서도,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의 바탕에는 그 그림, 그 음악에서 느끼는 감정이 아닌, 환경으로부터 학습된 소리/광경/냄새/맛/감촉의 호불호가 어우러져 '좋다'라는 감정이 나오지만, 그 감정을 '아름다움’에 대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참으로 한결같이 유전자의 득실에 맞춰 계산적으로 설명하는데 징하다 싶으면서도 리스펙. 이런 게 바로 약하게나마 '나와 다른 인지체계를 가진 존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일 수 있겠다.


웃음은 일견 사치스러운 반사운동이고, '내가 너를 해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둘 모두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중이야’라는 해석도 재미있었다.


결국 설명해내지 못한 난제는 감각력(의식) / 자아 / 자유의지 / 의미 / 지식 / 도덕성인데, '답을 찾을 수 있겠지'라는 희망을 품고 도전한 벽돌책에서 종종 돌아오는 허무감을 역시나 선사한 케이스.


다만 이 난제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설명으로 핑커가 맥긴, 노엄 촘스키, 건서 스텐트, 데이비드 흄의 이론에 기초하여 제시하는 답변은,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일 거야, 다만 사피엔스의 인지체계로는 그 설명을 이해할 수 없을 뿐'인데, 여기서 주목, 나도 바로 이렇게 정리를 하고 이 논리로 이야기 하고 있었던 바, 뭐랄까, 훌륭한 학자와 같은 결론을 스스로 찾았다는 것에 흡족하도다.


핑커가 관대하게도, 이해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진보라고 책을 마무리하는데, 나 역시, 무려 20년 전에 이렇게 방대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마음에 대해 설명한 것을 지켜본 것이 의미 있었고, 이 벽돌책을 끝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라고 마무리하기로 한다.


애니웨이, 핑커.. 투머치토커....


표지그림도 그렸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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