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의 문장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묻는다. 나는 심장이 철렁한다.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하지만 의연하게 답한다. 종종 생각하던 주제라 답변은 쉽다.
"나는 다들 웃고 있으면 좋겠어."
나의 장례식을 가끔 상상하곤 한다. 나의 장례식은 나와의 추억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하루이길 바란다.
*장소
밝고 천장이 높은 곳에서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면 좋겠다. 플레이리스트는 미리미리 만들어야겠다. 내 방에 있는 턴테이블과 LP를 세팅해 두고 내가 많이 듣던 음악을 틀어줘도 멋질 것 같다.
벽에는 나이 대 별 사진을 쭉 걸어두면 어떨까. 어린 시절부터 10대 20대...... 꼭 신나게 웃고 있거나 실물보다 더 잘 나와서 만족스러운 사진으로 골라야 한다.
*음식
내가 좋아했던 음식들 중에서 준비해줬으면 한다. 그래야 나를 더 기억하고 추억해 줄 것 같다. 샐러드, 초콜릿, 커피, 와인, 냉면, 초밥, 만두... 일단 오늘 기준으로 원하는 메뉴는 이렇다.
*드레스코드
검정옷은 금지해야지. 무조건 밝은 색으로 입고 가능하면 평소처럼 예쁘게 하고 와주면 좋겠다. 나는 너의 가장 예쁘고 밝은 모습을 기억하고 싶으니까.
*부의
나에게 짧은 편지를 한 장씩 써주었으면. 뻔한 이야기 말고 추억 이야기나 말하지 못한 비밀이야기 같은 게 가장 좋다.
*답례품
내가 읽고 모아둔 많은 책들을 가져다 두고, 원하는 책이 있으면 한 권씩 가져가서 읽어주면 좋겠다. 무슨 책을 가져갔는지 리스트는 꼭 남겨둘 것.
내 장례식을 핑계로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웃으며 반갑게 근황을 나누는 장면을 상상한다. 내가 어떤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너무 안타까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지냈고 매일매일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 같이, 내가 잘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안녕~" 하고 외쳐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