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해 Sep 30. 2020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나도 꿈이 생겼다. 우연히 자극받는 기회가 있었다. 몇 달 전 동네에서 마음 맞는 지인들과 <김미경의 리부트>라는 책으로 독서 모임을 하게 되었다. 사실 유튜브를 잘 안 하는 나는 김미경이 누군지도 몰랐다. 알고 보니 김미경은 구독자 118만 명을 가지고 있는 상상도 못 할 만큼 유명한 인플루언서였다. 김미경이 누군지는 알아야겠으니 열심히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책도 소개하고 힘이 되는 말도 해 주는 영상을 보고 있던 찰나에 익숙한 얼굴이 나왔다.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자세히 들여다보니 대학 시절 나와 만났던 전 남자친구였다. 셔츠에 스웨터를 멀끔하게 차려입고는 유명인사 김미경 님과 나란히 앉아서 인터뷰하는 것이 아닌가. 김미경 님은 전 남자친구가 집필한 노란 책을 들고는 연신 칭찬을 하며 하하 호호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알고 지내던 평범한 남자친구의 모습이 아니었다. 전에는 뚱뚱하고 못생겼었는데 이제는 기품있고 잘 생겨 보이기까지 했다. 까불거리는 말투는 없고 점잔을 빼며 댄디가이처럼 말하고 있었다. 전 남자친구는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자기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 인정받으며 우리나라 대표로 세계 공모전에서 상도 탔단다. 그리고 이젠 어엿하게 책도 냈다.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다. 유명 작가가 되었나 보다.



 질투가 났다. 배가 아팠다. 마음속에서 불같은 것이 끓어 올랐다. 대학 시절 같은 대학은 아니었지만 비슷한 레벨의 대학과 같은 전공을 공부한 그였다.


네가 뭔데 거기에 앉아 있는 거야?
나랑 별다를 것 없던 사람이 책도 내고
어떻게 명성을 떠안은 거야?


 시기가 나 죽는 줄 알았다. 나도 교사로서 성공 아닌 성공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0년 동안 노력도 없이 내 자리에서 안주만 하고 있던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특히,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만 있는 요즘, 애들 뒤치다꺼리나 하는 나 자신이 처절하게 못나 보였다.


 나도 할 거야!
나도 책 만들 거라고!
너도 했는데 나라고 못 할 것 없다!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 다짐했다. 나도 색깔 있는 책을 한 권 펴내고 싶다. 엄마로 선생으로 살았던 나에게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 나도 몰랐던 야무진 꿈을 꾸며 성공을 위해 달릴 것이다. 주체는 남의 아이들도 나의 아이들도 아닌 ‘나’이다. 지금껏 학생들과 내 아이의 꿈을 북돋웠다면 이제는 ‘나’의 꿈을 스스로 응원할 것이다. 작가가 되기 위해 정진할 것이다. 꿈을 이룬 뒤 최고로 멋진 드레스를 입고 한 손에는 나의 책을 끼고는 김미경 TV에 나와 인터뷰를 할 것이다. 그러면 전 남자친구는 생각하겠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40살 넘은 아줌마도 꿈이 생겼다.






이전 08화 엄마의 독서 교육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