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린해 Oct 30. 2020

엄마의 독서 교육

 육아 초보에겐 육아서가 교과서다. 훈육이며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할 땐 육아서를 읽었다. 아이를 위한 인문학, 하브루타 교육, 엄마표 영어, 독서 교육 등 좋다는 육아서를 섭렵했다. 평소 읽지도 않는 책 읽기를 육아서를 통해 시작한 것이다.


 내가 언제 책을 읽었던가? 아! 어제도 읽긴 읽었지. 다섯 살 아이를 위해 '구름빵'을 맛깔나게 읽었다. 아이들 잠자리 독서 말고 나의 독서는 10여 년 전이 마지막이었나 보다. 학창 시절에도 책을 가까이하는 독서가는 아니었다. 그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그러던 내가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육아서를 하루가 멀다고 매일 읽었다. 아이러니하게 엄마는 독서를 안 하면서 아이한테는 독서를 시키려고 읽었다. 많은 육아서에서 아이가 책을 좋아하려면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보여 주기식으로 책을 읽는 모습을 노출했다. 아이 독서 습관을 위해 나의 독서 모습을 보여주는데 자꾸 책에 빠져든다. 초등 글쓰기 관련 책을 읽다가 나도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나를 위한 책을 도서관에서 둘러보고 있었다.


 사실 독서는 시험공부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학생부에 독서기록을 써 달라고 가져오는 책 목록을 보면 모르는 제목이 많았다. 속으로 어찌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책을 읽고 싶진 않았다. 책 읽기 싫은 핑계를 대고 있었다. 책 읽을 시간도 없거니와 독서는 머리 쓰는 노동이었으니 말이다. 잠자리 독서로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도 아무 영혼 없이 읽어줄 때도 많았다. 피곤하기도 하고 내가 읽고 싶어 하는 독서가 아니니까.



 그러던 내가 수십 권의 육아서를 읽다가 이제는 나를 위한 책을 읽는다.


아이만 키우지 말고 나도 키워 보자.


 나도 책을 통해 성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적어 놓은 책, 좋아하는 화가의 생애가 담긴 책, 하루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에세이, 우리 반 아이들의 독서목록에 있었던 소설 등 가리지 않고 읽는다. 책을 매일 읽으니 그것도 습관이 된다. 머리도 지끈거리지 않는다. 아니, 머리가 환해지는 느낌이다. 책 읽기가 마음의 휴식을 준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조금씩 몸소 체험 중이다. 독서테라피라는 말이 그냥 있는 게 아니었나 보다. 책을 읽는 동안 지적으로 성장하고 마음에 여유를 찾는다.

 며칠 전 아들이 <텔레비전이 고장 났어요!>라는 그림책을 읽었다. 그림책에서는 텔레비전에 중독된 엄마, 아빠, 아이들이 나온다. 가족 모두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텔레비전이 고장 나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나온다. 그 책을 읽고 아들은 묻는다.


 "엄마, 엄마들도 이렇게 텔레비전을 많이 봐요? 엄마들은 취미로 책 읽는 거 아니에요?"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아이 눈엔 엄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 항상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으로 비치고 있나 보다. 처음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이가 느끼는 그대로다. 나도 책이 재미있고 친구가 되었다. 매일 책을 읽는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다. 나는 아들의 잠자리 독서 시간을 활용하고 있다. 아들은 아들 책을 읽고 옆에서 나는 나의 책을 읽는다. 가끔은 아이들보다 일찍 일어나 새벽 시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미라클모닝 정도는 아니지만 어쩌다 일찍 일어난 날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 독서로 하루를 연다. 어째 아들 교육하려다 엄마 독서 교육이 되어 버렸다.


엄마에게도 똑똑한 교육이 필요하다.


이전 07화 신경 끄고 우아 떨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