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려나...

슬기로운 유배생활 in Michigan

by 마이너리거

미시건에 오면서 가장 경계했던 것. 겨울.

여기 오지 않으려고 했던 것 중 하나였다. 겨울.

겨울에 유난히 다운되고 무기력해지며 화살을 나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는 나인데

20대때 필리핀에서 잠깐 살았을 때와 리투아니아에서 잠깐 살았을 때의 내가 180도 다른 걸 보면서 확연히 깨달았다. 나는 겨울 안에 있으면 안되는 사람이다.


겨울이 유난히 힘들고 어렵고 우울한 나는 미시건이 겁이 났다. 다시 또 그 우울함을 겪게 될까봐.


아이들이 있으니 우울할 겨를이 없긴했다.

어느 정도 지레 겁을 먹고 온 탓도 있었다.

찬바람이 한국으로 간 탓인지 여기 날씨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도 도움이 되었다.


이상 기후로 인한 따뜻한 날씨가 끝나고 영하 10도 아래의 겨울이 다시 오자

체력도 딸리고 기분이 다시 다운 될 즈음

첫째가 아팠다. 고열과 구토로 시작해서 장염인 줄 알았다. 심한 몸살때문에 울고 몸살 다음은 코와 목으로 갔다. 코비드 테스트가 음성이길래 독감인가보다 했다. 4일 뒤 내 몸이 이상했다. 아픈 아이를 보다 보니 무리가 되었나보다 했다. 생리통을 심하게 하네 생각도 했다. 3일쯤 아프고는 아이한테 옮았나보다 생각했다. 그걸 늦게 깨달았을 때쯤 둘째가 고열과 구토를 시작했다. 내리 5일을 열이 떨어졌다 올랐다를 반복하며 아팠다. 내 몸도 낫지 않았는데 아픈 아이를 돌보아야 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애들 아빠가 아팠다. 코비드 양성이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도 코비드였나보다 그냥 짐작하고 넘기었다.

문제는 아파도 사라지지 않는 집안일과 몸이 안 좋으니 더 예민해진 나와 아이들.

화가 나고 짜증이 났고 힘들었고 원망스러웠다.

겨울이 오롯이 깊숙한 내 내면에 어둠을 후벼파는 듯 했다.

집에 가고 싶다.

엄마 보고 싶다.

왜 왔지? 뭐땜에? 얻는 게 있나? 잃고만 있나?

카톡을 붙잡고 친구들에게 징징대며 속으로 울었다.

고생하겠노라고 각오했고 힘들 때마다 '이 정도면 버틸만 해'하며 나를 다독였다.

감내하고자 한 부분에 가족 모두가 같이 아프고 나머지 짐은 내 어깨에 지어진다는 건 없었다. 내가 정한 고생의 양, 그 한계선을 벗어나니 미칠 것 같았다.


그렇게 3주의 시간을 버렸다. 3주 동안 겨울도 조금 가시었는지 오늘 날씨가 낮기온이 영상 8도다.

조금 얇은 자켓을 입고 집밖으로 나서니 어째 기분이 조금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지난 주 하소연을 들어주던 직장동료가 '과장님께 봄이 와야겠네요'라더니

겨울에서 봄으로 한발짝 움직인 것 같다. 내가.

봄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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