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안개숲을 빠져나가 바다처럼 넓은 호수가 나타났다.
아주 오묘한 색을 띤 반짝 거리는 호수다.
허수아비의 손이 나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허수아비는 어느 틈엔가 인형으로 돌아가 있었다
“고마워”
인사를 하기도 전에 인형으로 돌아가버리다니. 허수아비 인형에게 인사를 전하며 잘 챙겨둔다.
지도에는’ 보이는 것과 다른 호수’라고 되어 있었는데 언뜻 보기에는 여느 호수와 다른 점은 크게 모르겠다.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인지 갑자기 허기가 진다.
호수를 넘기 전에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다.
또 이상한 것이 나타나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을 듯 하니 잠시나마 이 평온한 순간을 즐기자 싶다.
마침 걸터앉기 좋아 보이는 바위가 있어 걸음을 옮기는데 호수에서 무언가 걸어 나온다.
하-
10초짜리의 평온함이었나?
그들도 나를 발견하고 적잖이 당황을 했는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원치 않은 마주 보기.
먼저 피하면 안 될 거 같은 긴장감이 맴돈다.
그나저나 호수에서 나올 비주얼은 아닌데 싶은 것이
로봇 같은데 카메라 같기도 하고 다리는 기계인데 팔은 기계가 아닌 듯하다.
그렇게 탐색전이 이어지는데 다른 기계가 뒤늦게 호수에서 나오면서 소리쳤다.
“라티나! 그만하라니까! “
갑작스러운 소리에 몸이 움찔했다.
내 앞에 서 있던 라티나-아마 내 앞에 있던 큰 카메라 로봇(?)의 이름 같다-도 놀랐던지 순간 ‘찰칵’ 소리와 함께 빛이 반짝했다.
자기 소리에 더 놀란 라티나는 허둥지둥 눈을 깜박였고 연신 바닥에 빛이 찰칵찰칵찰칵거렸다.
허둥대며 몸을 옆으로 숙이자 뒤에 나오던 역시나 카메라 로봇과 눈이 마주쳤다
-이걸 눈을 마주쳐야 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눈 같은 어딘가라 하자.-
“라티..... 아... 아아아아아악!”
소리를 지른 것은 저쪽이었다.
이것 참.
놀란 건 이쪽도 마찬가지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