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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제이 Aug 24. 2022

하루 한 장, 그림일기 - 1. 카페 뤼미에르

461일. 영화 - 카페 뤼미에르

커피 관련 영화 첫 번째 - 카페 뤼미에르


이 영화가 딱히 커피랑 관련이 있는 영화는 아닐 수도 있는데 제게는 커피 하면 생각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2003년 영화로 매우 오래된 영화인데 저는 문득문득 이 영화가 생각이 나곤 해서 몇 년에 한 번씩은 보는 것 같아요. 왠지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ㅎㅎ


일본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었는데 일본과 대만의 합작품.

대만의 하우샤오센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제는 이 영화를 보고 맘에 들어서 나중에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동경이야기를 보았는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오즈 야스지로 감독과 하우샤오센 감독의 영화적 이야기는 찾아보면 전문가분들이 써두신 것들이 많으니 더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 재밌습니다.)


이 영화는 별 다른 사건이나 특이할 만한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다. 그냥 흐르듯 잔잔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요즘 같은 때와는 다른 호흡이 느껴지는 영화지요. 어쩌면 매우 심심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 점이 맘에 들지만요. ^^ 그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이 없습니다.

영화의 프레임을 쓰는 방식이 굉장히 수평적이고 인물들이 프레임에 들어오는 방식이 매우 재밌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수평적이거나 수직적인 시선을 좋아해서 이 영화가 좋았는지도 모르겠어요.

여백이 많기도 하고요. 여기에서 여백이 빈 공간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느낌적으로 여백이라 하겠네요.

현장음도 매우 도드라지게 표현이 되는데 지하철 소리라거나, 도시 소음, 집안의 물건 소리 등이 여과 없이 들립니다. 이 점도 저는 좋더라고요. ㅎㅎ


영화의 원제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재정비해서 앞으로의 일을 준비하기 위한 평온한 한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이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를 바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ㅎㅎ

그래도 간략하게, 다소 불친절하게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이 요코는 작가로 대만의 한 작곡가에 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고 있어요. 그녀의 친구 하지메는 헌책방을 운영하며 취미로(?) 지하철 소리를 녹음합니다. 요코는 대만에 있는 애인의 아이를 임신 중이죠. 고향집에 가서 담담하게 임신했는데 혼자 키울 거라고 아주 담담하게 전합니다. 하지메도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다소 놀라기는 하지만 별 다른 일은 없습니다.

지하철이 매우 복잡하게 흐르는 장면이 매우 많이 나오는데 왠지 그걸 보고 있자면 그냥 마음이 담담해져요. 이상하게 안심이 된다랄까요? ㅎㅎㅎ


아마 커피 하면 떠오르는 영화인 것은 제가 오늘 그린 이 장면 때문일 것입니다.


요코가 어느 날 하지메에게 고블린이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하지메가 그것이 아마도 유럽 동화 같다며 그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을 찾았다고 합니다. 요코는 그 책을 읽으러 하지메의 책방엘 가는데 잠시 후 커피를 든 마스터가 와서 홀연히 커피를 주고 자리를 뜹니다.

하지메: "이 커피 뭐야?"

요코: "응. 내가 주문했어."

하지메 : "놀랐어. 나 사주는 거야?. 정말 고마워. 잘 마실께"


아주 짧은 장면인데 왜 제 기억에 각인이 딱 되었는지 ㅎㅎ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처음 봤을 때 여기서 커피를 가져다주는 분의 애티튜드가 제가 알지 못하는 (우리나라에는 없는?) 새로움이라서가 아닐까 싶긴 합니다.


짧게 쓴다고 썼는데도 상당히 긴 느낌이네요. 하. 하. 하.


내일은 '타이베이 카페스토리' 장면을 가져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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