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자 마지막일 이별 이야기
최근 3년간 가장 친밀했고 가장 많은 단어를 나눈 사람이 떠났다.
‘그만 만나자’는 짧은 말 뒤에는 며칠이고 멈추지 않는 눈물과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질문만 있었다. ‘헤어져야만 하는가?’ 그가 없어진 자리를 애써 외면해왔다.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천일 간 만나온 달콤 쌉싸름한 기억과 우리 관계를 연약하게 포기하며 떠나겠다는 그를 마주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돌아올까 봐. 그러나 그는 더 아프기 전에 헤어지자는 애써 찾은 이유와 힘들 때 연락하는 좋은 친구가 되자는 이루지 못할 약속을 하며 나를 놓았다.
우리의 만남이 아름다웠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할까.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그가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났다. 쭈뼛쭈뼛 오늘부터 1일이냐는 말을 부끄러워 삼켜버린 그와 교제를 시작한 첫날부터 눈물 먹은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하여 헤어진 그 날까지. 씻고 젖은 머리를 말릴 때, 살기 위해 밥을 먹을 때, 지하철을 탈 때, 심지어는 공문서를 쓰는 동안에도. 연관되지 않는 모든 순간에 그 사람으로 연결됐다.
기억 너머의 기억까지 소환되어 나를 웃게, 울게 만들었다.
풋풋했던 대학시절부터, 예민하게 날 세우던 취업준비기간을 같이 견뎌냈기에 더 소중했고 감출 것 없이 용납해주었던 그를 이제는 보내려 한다. 가장 친한 친구가 사라진 이 상황이 여전히 낯설다. 지친 하루에 활력을 주던 그가 그립고, 공감하던 그가 없어 외롭고, 주말에 찾아오던 반가운 손님이 없어 공허하지만, 이제 인정한다.
나를 놓은 그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