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 Feb 16. 2020

나를 놓은 너를 놓는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이별 이야기

최근 3년간 가장 친밀했고 가장 많은 단어를 나눈 사람이 떠났다.

‘그만 만나자’는 짧은 말 뒤에는 며칠이고 멈추지 않는 눈물과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질문만 있었다. ‘헤어져야만 하는가?’ 그가 없어진 자리를 애써 외면해왔다.


어떤 것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천일 간 만나온 달콤 쌉싸름한 기억과 우리 관계를 연약하게 포기하며 떠나겠다는 그를 마주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돌아올까 봐. 그러나 그는 더 아프기 전에 헤어지자는 애써 찾은 이유와 힘들 때 연락하는 좋은 친구가 되자는 이루지 못할 약속을 하며 나를 놓았다.

 

우리의 만남이 아름다웠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할까.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그가 하루도 빠짐없이 생각났다. 쭈뼛쭈뼛 오늘부터 1일이냐는 말을 부끄러워 삼켜버린 그와 교제를 시작한 첫날부터 눈물 먹은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하여 헤어진 그 날까지. 씻고 젖은 머리를 말릴 때, 살기 위해 밥을 먹을 때, 지하철을 탈 때, 심지어는 공문서를 쓰는 동안에도. 연관되지 않는 모든 순간에 그 사람으로 연결됐다.    


기억 너머의 기억까지 소환되어 나를 웃게, 울게 만들었다.     


풋풋했던 대학시절부터, 예민하게 날 세우던 취업준비기간을 같이 견뎌냈기에 더 소중했고 감출 것 없이 용납해주었던 그를 이제는 보내려 한다. 가장 친한 친구가 사라진 이 상황이 여전히 낯설다. 지친 하루에 활력을 주던 그가 그립고, 공감하던 그가 없어 외롭고, 주말에 찾아오던 반가운 손님이 없어 공허하지만, 이제 인정한다.    

나를 놓은 그를 놓는다. 

작가의 이전글 입사 3개월, 얻은 병 3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