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8
‘글’이란 무엇일까? 생각이나 말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글인데, 나에게 있어 글은 딱딱하지만 말랑말랑한 것이다. 오래도록 남아 신중해야 하면서 마음 녹일 수 있는 것.
어린 시절에 보았던 동화책 말고는 시험지를 채우는 글이나, 문서 안의 글들은 보이지 않는 네모 테두리 안에 갇혀있는 모습이었다. 딱딱하고 읽는 사람을 수용할 것 같지 않은 글로 인해 책과 친해지기 어려웠다. 공공기관의 문서를 읽고 작성할 때면 더더욱 갑갑했다.
맨 처음 기안문을 작성할 때 함초롬바탕체를 썼다가 비웃음을 산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잘 알지 못하는 한자어 대신 우리말로 작성했더니, 문서에는 한문을 쓰지 ‘이런 말’을 쓰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읽기 편한 글씨체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이런 말’로 작성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데 말이다. 굴하지 않고 더 쉽게 쓸 수는 없을지, 가장 적절한 표현일지 깊이 고민하며 글을 쓰고 있다.
보도자료도 종종 쓴다. 주로 관심 있는 사람이 읽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접근할 수 있기에 최대한 읽음과 동시에 이해되는 글을 쓰려고 한다. 최근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몰입경험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문구를 쓴 적이 있다. 그러자 검토자는 ‘행복’이란 말이 멀리 갔다며 빨간 줄을 긋고, 그 위에 ‘생태시민 양성’이라는 말을 적어주었다. 이 시대는 ‘행복’이 낯선 단어가 된 것일까? 행복보다 생태시민화에, 느끼는 것보다 양성하는 것이 더 익숙한 걸까? 읽을 때 물음표가 아니라 미소가 떠오르는 글을 쓰고 싶다.
업무용 글쓰기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작성하고 접하는 건 업무 메일이다. 앞서 말했듯이 글은 말랑말랑하고 마음을 녹일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글 중에 하나 정도는 유쾌하고 충전되는 메일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직원이 아닌 ‘나’로서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매일 다르게 나를 소개하고 일을 해야 하는 이유와 덧붙여 응원하는 말 그리고 하루, 한 주를 축복하는 말까지. 누군가에겐 불필요한 말들일 수 있지만 이러한 언어들은 꽤나 큰 설렘이다. 그것은 나의 존재를 격려하는 일이니까.
지루하게 생긴 기안문에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글, 기분 좋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글, 하루에 잠시 잠깐 고개를 돌려볼 수 있는 글, '나'와 같은 글을 쓸 거다. 그리고 그런 글이 늘어나길 바란다. 회사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말랑말랑한 글이 익숙해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