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9
올해 소속된 팀에서 5번의 인사이동이 있었다.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업무분장에 일희일비할 것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하나를 하더라도 깊이 일하고 싶고, 계획이 변동되는 것을 스트레스로 받는 사람에겐 익숙해지지 않는 괴로움이다.
내년도 업무분장을 보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연간 특성화 캠프, 유네스코 인증 프로그램 개발, 자율프로그램 개발 운영, 대외협력사업, 방문 프로그램 기획, 예비전문가 실습 지원, 예산, 산림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시작도 안 했는데 쓰러질 것 같은 업무량이었다. 능력에 비해 과한 업무 부담을 건의했지만 상사는 이야기하기를 거부했다.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분명 다시 조정될 것이며, 인사이동 대상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으려 내려놓았다.
첫 업무분장 후 3주 즈음 지나고 아니나 다를까, 업무분장이 새로 되었다. 꽤 변화는 있었지만 여전히 대표성 없이 갖가지 업무가 섞여있었다. 이미 중구난방인 사업들로 배치해놓고는 하고 싶은 업무를 말하라는 회의 중 결국 담아왔던 불편함을 쏟아냈다. 주말 없이 몰려있는 사업과 품은 많이 들어가지만 눈에 띄지 않는 일, 그로 인해 특정 직원이 유리한 구조, 아이디어를 내는 순간 돌아오는 업무과중,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운 일의 배분, 색이 다른 사업들로 인해 안정감이 없는 상황. 어리광 섞인 말들을 뱉고 나니, 돈을 받고 일하는 주제에 ‘이상’을 그리는 내 모습이 보였다. 앞으로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업무분장의 가벼움에 짓눌린다.
이후, 개인 면담을 하면서 흥미로운 사업을 제안받았지만 그 또한 하루 사이에 바뀌었다. 불과 어제 이야기한 제안도, 전에 이의 제기한 일도 빠졌다. 일 년간 직원들이 매달릴 일들이 하루 새 있다가 없어지고, 없다가 생긴다. 애정을 가지고 진득하게 일하고 싶은 나는 이제 깨달았다. 업무분장, 그 무겁고도 가벼운 것을. 돈을 받고 일하는 '주제'라 할지라도, 변덕스러운 그것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기로 다짐한다. 요동치는 바다 위에서 두둥실 떠있는 배처럼 가야 할 방향만 잃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