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은 업무 메신저가 아닙니다.

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10

by Green

회사 단톡으로 가득 찬 대화 목록을 보고 탈퇴하기를 택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팀장님은 항상 바쁘게 핸드폰을 두들긴다. 사무실에서도, 출장 중에도, 심지어는 원장님과의 회의시간에도 쉴 새 없이 팀원들에게 개인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한다. 시도, 때도 없는 업무지시에 대책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업무용 모바일 메신저를 만들어 사용하자는 제안서를 썼다. 팀장님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는 다른 제안서를 가져오라 했다. 개인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로 일‧생활 분리가 어려우며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증가하고 있다는 현황을 적어 다시 팀장님을 찾아갔다. 그러나 오히려 그 현황 때문에 제안서를 쓸 수 없다는 어이없는 말을 들었다. ‘안 그래도 카톡으로 업무 지시하지 말라는데, 이렇게 쓰면 감사(監査) 받아. 매일 하는데...’ 팀장님은 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 하고 있었고, 사실이 알려지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업무용 메신저가 필요한 이유와 다른 공기업의 사례를 추가해서 제안서를 제출해냈다. 검토를 마치며 팀장님은 ‘그게 그렇게 스트레스냐’며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최근 입사한 신규직원을 카톡 단톡에 초대하면서 ‘카톡방은 전일 운영’이라는 말을 남겼다. 아무리 다수의 사람이 쓰는 메신저라 해도 그것이 시도 때도 없는 업무의 연장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업무지시나 공지를 하는 방법에는 말로, 메일로, 전화로, 메신저 등이 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직접 말하고 상대의 인지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글로 남아 명확히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메일도 좋다. 그러나 informal messenger를 통해 던지는 게 일상이다. 공지하기 쉽기에 책임회피도 쉽다. 누군가 제때 확인하지 못해 불이익이 생기더라도 자신은 통보했기 때문일 것이다. 핸드폰 사용이 적은 누군가는 제때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그러나 그 또한 그 사람의 책임이 될 뿐이다. 최근 핸드폰을 바꾸면서 이전 폰과 pc톡으로만 확인이 가능했다. 그런 상황을 이야기하며 불편하더라도 서로 놓치는 상황이 생기지 않기 위해 말이나 전화, 메일로 공지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그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기 대신 ‘왜 안 되는 거냐?’는 질문만 있었다. 마치 개인 메신저로 업무소통을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프로그램을 운영하느라 사무실을 비우고,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난 때에 카톡이 불가피함을 안다. 그러나 쉽게 사용하는 만큼 무의식 중에 우리의 생각을 잠식한다. 너무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일상 메신저 카톡, 역시나 당연하게 주된 업무 메신저로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카톡이 업무용 메신저라는 말은 회사 규정 어디에도 없다. ‘전일 운영’이란 말은 더더욱.


많은 사람이 쓰는 메신저라고 모두가 쓰지는 않습니다. 내가 쓰기에 너도 써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카톡을 통한 업무지시와 공지. 당신은 괜찮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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