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일합니다. 마음 담아.

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11

by Green

10가지 항목으로 올해의 근무능력이 평가되었다. 온라인 설문처럼 날라 왔던 상향평가는 며칠 후에 하향평가 결과 메일로 되돌아왔다. 생각 없이 클릭한 메일에는 입사 후 처음으로 근무능력을 평가하는 조촐한 숫자가 적혀있었다. 상사와의 관계만큼, 썩 좋은 점수는 아니라 짐작했다. 주변 동료들의 견제하는 듯 떠보는 이야기에 얼추 서열이 정리되었다. 역시나.


본인보다 낮은 내 점수에 안도하는 동기, 동료를 낮추며 자신의 평가를 높이는 방안을 이야기하는 대리, 열정 없이 팀장이 원하는 대로 일한다는 6개월 차 신규직원을 보면서 일할 의지는 뭉개지는 듯했다. 신규직원도 적당히 일하고 예쁨 받는 법을 터득했는데, 일해서 남을 먹여주기까지 하면서 내 것은 못 챙기는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수고하여 만든 결과를 남이 가져가도 ‘맡은 일을 한 거니 됐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바보 같았을까, 보지도 않을 단순 운영 결과보고서를 위해 몇 날 며칠 분석하고 의미를 도출하니 얼마나 불필요한 작업으로 봤을까. 습관성 Ctrl+C, V와 같은 일하기가 현명한 게 아닐지 스스로 질문해본다.


정성스레 일하고도 ‘역시나’하는 평가결과에 ‘그래, 쉬어가자’ 하는 마음이 든다. 여전히 자신의 지식 안에서만 사고하는 상사의 바람을 맞추는 것은 어렵다. 기대와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그리곤 다시 마음을 담아 새로운 사업계획안을 작성한다. 장애인과 노인, 가족에게 각각 필요한 것을 찾아서 그들의 마음을 열어줄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어느 누가 ‘할 거 없는 쉬운 사업’이라 해도 그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며 올해 이뤄질 사업을 구상한다.


장애인이 어떻게 표현하냐는 말에 그들도 나름의 표현방식이 있다며 장애인의 편에서 대들지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 머무는 장애인에게 숲 속 자연물을 오감으로 느끼며 표현할 수 있도록. 결과물과 지식 전달에 익숙한 이들에게 과정과 직접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외롭게 외친다 하더라도, 실외활동이 제한된 노인들에게 예전에 경험한 사계절 숲을 회상할 수 있도록. 협력은 가족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놓은 퇴짜에 꿋꿋이 필요하다며 고집부릴지라도, 같은 공간에 있지만 소통이 줄어든 가족이 가족 숲을 이루며 협력 경험이 쌓이도록.


나이스 한 회사생활이 상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적당히 일하는 것이라면, 산뜻하고 가볍지 못하더라도 위처럼, 가끔 모나고 마음 묵직하게 일하며 대체 불가 톡톡한 회사생활을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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