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일기4
목표했던 기업 입사 후, 나의 상식과 다른 회사 분위기에 적잖이 당황하며 적응하기 어렵다 느끼는 때가 있다. 그때마다 ‘그냥 좋게, 좋게 생각해’라는 이상한 위로를 듣는다. 상식과 맞지 않아도 맞추라는 말이다. 상식적이듯 상식적이지 않은 조직생활에 ‘왜 그래야 하지?’라는 반감이 들고는 한다. 꿈과 열정을 가지고 입사한 이의 주도적인 마음을 잘라버리는 회사에서 나의 가치는 어디에 존재해야 할까?
직장, 그곳에서 하는 일이 내게 어떤 의미인가 돌아보는 것은 중요하다.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 만족스러운 회사생활이 될 수도, 떠남을 결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농지와 축사를 싼 값에 사들여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직장을 그만둔 것도 이와 같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누군가의 생활 터전을 ‘보상’이라는 이름으로 빼앗는 일에 쓰고 있었다. 삶의 반절 이상을 일하는 데 사용하는데,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가치와 부합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지 않을까? 그게 자신을 살리고 일하게 하는 힘이 될 테니.
이러한 생각을 말하면 열에 아홉은 ‘회사는 네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없어’라고 말할 거다. 경험해보니 ‘그렇더라’고 동의할만하다. 그러나 ‘나의 가치를 담아 일할 수 있다’고 말할 거다. 그것은 순응이기도, 반항이기도.
Mind what they says but remember. You may hear a voice inside.
That voice inside is who you are.
그들이 하는 말을 신경 쓰되, 잊지 마. 네 안의 소리를 들어야 해,
그 소리는 바로 너 자신이야.
-영화, 모아나-
앞선 말한 이상한 위로를 듣고 외로운 싸움을 할 즈음, 일 년 치 가족캠프 계획안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지시한 이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있었고 나는 아바타처럼 그녀가 원하는 것을 만들면 됐다. 처음에는 잘 모른다는 이유로 내가 아닌, 상사인 그녀가 말하는 대로 만들어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담당자라 불리는 나는 꽤나 큰 부담과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했음을 깨닫는다. 우리 가족에게 제공하고 싶지 않은 캠프를 다른 사람에게 최선의 것인 척하면서 영혼 없이 운영하고, 상사의 바람을 이뤄주려 시달리듯 일해야 한다니? 상상만 해도 일 년이 깜깜했다. 당시 나의 기도제목은 ‘병들어서 퇴사하지 않기를...’
내가 원하듯 아니듯, 맡은 일에 나의 마음을 쏟기로 했다. 상사가 하는 말을 신경 쓰되 내가 하고 싶은, 나의 가치와 바람을 담은 가족캠프를 고민했다. 내 안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다. 그것이 곧 나였고, 나를 살리는 말이었기 때문에. 상사의 말을 적어놓은 페이지를 넘기고 백지에 나의 생각을 그리다 보니 병들 것 같던 일에 기대와 애착을 느끼고 있다. 삶의 반절을 회사에 보낸다면 나의 가치에 부합하게 일해야 내가 살고 즐거이 일할 거라는 나의 확실한 생각을 다시 한번 기록해본다.
부적응과 고민 끝의 답은 순응과 가치 되세우기였다. 조직이라는 고딕(Gothic)한 체계를 인정하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놓지 않을 거다. 이제 나의 바람은 무병퇴사가 아니라, ‘이일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알아가는 힘을 길러가길!’ 일하는 순간도 나의 시간이 되고, 나로서 살아갈 수 있을 거다. 내 안의 소리를 따라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꿈 많고 사랑 많은 내가 되어. Would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