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일 때가 좋지,

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27

by Green

캠프를 끝내고 나면 진이 빠진다. 사람들이 대접 받는다는고 느끼는 캠프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과 책임감 때문일까. 무료 사업이라도 꼼꼼하게 챙기곤 한다.


맡은 업무 중 가장 크게 마음 쓰고 있던 올해 협력사업 1차를 마쳤다.

아토피나 비염 등 환경성 질환을 가진 고객 대상으로 기획, 운영하는 숲 캠프. 정신없이 준비기간을 보냈다. 일처리를 하다가도 계속 끼어드는 업무에 하루하루가 뚝딱 지나갔다. 퇴근하는 길, 운전자석에 앉아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다. 다행이다...'

그들을 위해 건강한 식사와 간식, 아토피에 좋은 천연 입욕제 기념품까지도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며 신중하게 구매했다. 그리고 보통의 단체에서 예산 문제로 쉽게 할 수 없는 심리 특강과 귀금속공예 활동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런 마음은 모르는지, 챙겨줄수록 못마땅해하고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캠프를 운영하는 2박 3일간 다양한 민원에 시달려야 했다.

식당이 작다(특식을 제공하기에 다른 일반식 먹는 고객과 같은 식당을 쓸 수 없어 직원식당을 사용했다.), 식당 내 거리두기가 안된다(식사시간과 좌석을 띄워 났지만 오래 먹는 고객이 있어 겹쳤다), 프로그램을 다른 가족이랑 같이하는 게 말이 되냐( 2가족씩 조를 지었으나, 스킨십 없는 활동이었다.), 간식을 왜 강당에서 먹게 내버려 뒀냐, 담당자가 책임질 거냐(개별 포장된 간식이었으며, 300명 수용하는 강당에 30명씩 떨어져 앉아있었다.), 비가 오니 우비를 더 달라(사전에 우산과 우비를 가져오라 안내했고 불과 몇 시간 전에 나눠줬으나 일회용이나 다시 달라는...) 등등.


민원을 다루면 안되는 건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브런치에 이 일들을 담으면 안 되는 건가 망설여진다. 여전히. 속시원히 고객에게 반론을 제기할 수 없는 위치와 본인이 화났음을 어필하는 고객에게 웃으며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다음번에 이런 일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응대하는 게 답답하기만 하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거겠지만 속은 타들어간다.


그래도 틈틈이 웃고 마음이 갔던 것은, 첫날 촥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밝아지는 과정을 더디지만 보았기 때문이다. '수고했어' 대신 '수구했어'라고 글을 새긴 아이와, 두 아들에게 다정한 잔소리를 하는 아빠와, 밥 먹는 내내 아이에게 미소 지으며 밥 먹는 엄마를 보니 나의 긴장된 마음도 한 번씩 누그러졌다. 각기 다른 문화를 사는 사람들이 세웠던 날을 내리고 나 홀로 하던 대화에서 내 말의 비중이 줄어들 때쯤 캠프가 끝났다.


마지막 식사는 삼계탕.(초복인 줄도 몰랐다.)

사람들은 '이 맛있는 걸~'하면서 먹었다. 나는 홀로 앉아 천장을 바라보고 앉아 한참을 늘어져있었다. 진이 다 빠졌다. 2박 3일은 준비기간에 비해 터무늬 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순식간에 훅 맞은 기분이다. 견딘 게 대견한 캠프를 마치고 나니, 그래도 다친 사람 없이, 아픈 사람 없이, 특히나 감염병 없이 넘어간 것에 감사하다.

당분간은 1차 캠프가 끝난 것을 만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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