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25
하루에 기본 20통, 많을 때는 40통까지 전화를 받는다. 화장실이라도 다녀올 때면 그 짧은 사이에 메모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메신저에도 전화번호가 남겨져있는 것이 다반사다. 환경성 질환자 1,300명 대상으로 열리는 숲캠프 때문이다.
전화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귀가 아프다. 귀에서 피난다는 말을 몸으로 알아버렸다. 전화량이 많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뺏기고 있다는 거다. 다양한 사람의 반복되는 질문세례와 기분대로 성내는 사람에게도 나를 죽이면서 친절히 답해야 한다. 전화받는다고 정작 처리하지 못한 업무들은 밀리고 쌓여 스트레스로 변한다. 전화 상담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알아버린 요즘이다.
수많은 전화를 받다 보니 머릿속으로 다양한 사람을 그릴 수 있다. 이것저것 챙기고 싶어 눈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 어깨에 아이가 올라간 사람, 분주한 지하철에 몸을 태운 사람 그리고 가끔 마음이 말랑거리다 못해 안타까운 사람 등. 이상한 사실은 안정적인 목소리의 사람들은 대체로 1번으로 전화가 끝난다. 반대의 경우는 그날 일은 다한 것이겠고...
협박 전화에 욱할 뻔했다. 이미 화난 상태로 전화를 건 고객에게 바른말, 옳은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다. 조만간 뉴스에서 내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구나 싶어서. 누군가는 얼굴 모르는 내게 화를 잔뜩 내고 누군가는 나를 걱정한다. 한참 이어지는 질문에도 친절히 답변해준다고 귀찮지 않냐는 말에 ‘이게 제 일인 걸요’ 했다. 맡은 사업과 관련된 문의전화이니 받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전화업무가 주 업무가 되어버린 사실에 실소가 터진다.
전화벨이 쉬지 않고 울린 지 4달이 지났다. 좌우 밸런스가 틀어져 청력에 문제가 생겨 독한 약을 먹었다. 거참. 끊고 나면 ‘나 괜찮은 건가?’를 되뇐다. 그래도 끊이지 않는 전화와 답답한 대화 속에 화나더라도 곧바로 새로운 고객과 통화할 때면 상냥하기가 한량없게 응대하고 있다.
그래, 아무도 모르더라도 나 잘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