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작은 숲, 리틀포레스트

영화 〈리틀포레스트〉에 대하여

by Green

줄거리

서울에서 임용을 준비던 혜원은 눈길을 뚫고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로 돌아온다. '왜 내려왔냐'는 은숙의 질문에 그녀는 '배고파서'라고 답한다. 인스턴트 음식으로 배도 채우지 못한 채 일방적인 강의의 반복.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채 돌아온 눈 덮인 고향에 돌아와 처음으로 하는 것은 든든한 한 끼 짓기이다. 빈집에 연기 날리 있나. 소리 없이 찾아온 혜원을 고모와 친구 재하, 은숙이 반긴다. 대학 졸업 후 취업, 취업 후 농사라는 신성한 일을 택한 재하. 이 지역에서 크고 자라 서울로 떠나길 꿈꾸는 은숙. 세 친구는 함께 시간을 보낸다. '곧 올라갈 거야'라고 말하던 혜원은 겨울만 보내기엔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대지의 정령인 새싹을 기다린다.

, 쑥을 뜯고 감자를 심고 고사리를 말린다. 겨울밤 혼자 지내기 무서울까 봐 재하가 데리고 온 강아지 오구도 컸다. 그리고 모내기 시작. 이제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어느덧 여름, 이웃 아저씨가 주고 간 닭도 토실토실 자랐다. 잡초라 불리는 식물도 쑥쑥 자란다. 혜원은 회사에서 화가 난 은숙의 감정을 받아주기보다 '스트레스받으면 그만두던가'하고 쉽게 말한 탓에 찜찜하다. 그리곤 자신의 어린 시절, 왕따를 당해 속상했을 때 별일 아닌 듯 반응한 엄마와의 기억이 떠오른다. 마냥 공감해주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기분을 금세 풀어지게 했던 마법의 디저트 크림브뤨레를 만들어 은숙에게 건넨다. 세 친구는 언제나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견디고 있던 자신(우리)의 모습을 본다.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인생이 싫어 시골로 내려온 재하, 참다 참다 상사를 친 은숙 그리고 남자친구이자 경쟁상대였던 이에게 축하와 이별을 전하는 혜원. 어느새 가을지나 겨울, 고3 자신을 떠났던 엄마를 어렴풋이 이해해본다. 그리고 엄마가 보낸 편지의 답장을 쓰고 난 뒤 집을 정리해 나온다. 떠난 듯 보이지만 혜원은 '아주심기'를 준비하러 간다. 뿌리 낸 싹을 자라날 토양에 옮겨주는 작업인 아주심기를 한 채소는 더 튼튼하게 자란다. 자신만의 숲을 이룰 준비를 마친 혜원은 다시 자라날 고향으로 돌아온다.

리틀포레스트.PNG


감상평

작소 소소한 삶에서 큰 행복을 찾는 영화에 보는 내내 채워지는 기분이다. 싹이 트고 자라고, 꽃 피우고 열매 맺는 자연의 시간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고 요리한다. 겨울엔 숭덩숭덩 뜯어 만든 뜨뜻한 수제비와 배추전, 대지의 정령들이 얼굴을 내미는 봄엔 꽃을 얹은 파스타, 여름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아카시아꽃 튀김. 수확의 시기인 가을엔 산에서 주운 밤 조림을, 겨울엔 미리 준비했던 말랑말랑한 곶감.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들이 침샘을 자극한다. 특별하지 않지만 특별한 그런 삶이다. 하루하루 돌아보면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소소하게 행복하고 몸과 마음이 살찌는 삶. 또한, 동네에 모인 세 친구와의 시간은 어느 날도 아름답지 않은 때가 없다. 주르륵 비 오는 날에도. 깜깜한 밤에도. 흙냄새와 바람, 햇빛으로 위로받으며 자란 이들은 자신의 길을 찾으러 갔고 다시 그들의 숲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내 차례다. 나의 작은 숲은 무엇일까. 복귀까지 남은 한 달 반의 시간 동안 아주심기를 준비해보려 한다. 아무런 변화도 없을 수 있지만 나를 위로하고 충전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아주 흔하고 작은 돌잔꽃(개망초)에서도 나의 숲을 찾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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