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대하여
새로운 차가 들어왔다며 무니와 친구들은 신나서 뛰어간다. 무니와 스쿠티, 디키. 아이들은 새로운 차 위에 침을 뱉어 점수를 낸다. 이를 목격한 차주는 아이들을 훈계하지만 차주의 손녀 젠시에게까지 침을 뱉는다. 화가 난 새로운 주민은 보라색 매직캐슬에 무니네로 찾아간다. 순순히 따를 것 같지 않은 무니의 엄마 핼리는 휴지를 가지고 차를 닦으라고 시킨다. 약삭빠른 무니는 자기가 침 뱉은 젠시에게 도우라고 하고, 의아하지만 무니와 젠시는 친밀감을 쌓는다. 또 다른 장난을 물색하는 무니와 스쿠티는 디키의 집에 가보지만 침 뱉기 사건으로 일주일 외출금지다. 디키대신 젠시에게 같이 놀자고 한다. 미덥지 않지만 '안심하라'는 무니의 말에 젠시의 할머니는 젠시를 내보내 준다. 세 아이들은 꽤 먼 길을 가 아이스크림가게에 도착한다. 무니는 친구에게 루저라고 하던가, 모르는 사람에게 쓰레기라고 비난하던가, 자신들과 상관없는 헬기를 향해 욕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매직캐슬의 전기를 내려버리는 등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무례하거나 상식 밖의 일이 아니란 듯이.
매직캐슬의 경비인 보비는 무니네로 찾아가 따끔히 경고하지만 무니는 그저 해맑은 표정이다. 그 표정이 예뻐서 미워할 수가 없겠다 싶지만 행동은 감당하고 싶지 않기만 하다. 무니와 스쿠티가 로비에서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다. 이를 보비는 매의 눈으로 지켜보다 아이스크림이 떨어지자 로비에서 나가라고 한다.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보비의 시선은 보호가 필요한 사람에게 있다. 따끔하고도 따뜻하게. 깔깔대며 보라색 건물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가슴을 노출한 아줌마에게 성희롱하고 선풍기 앞에서 색다른 소리를 내고 밥 먹다 말고 트월킹한다. 반면 보비는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상대하고 세 안 낸 사람들에게 험한 말을 듣고 경비라는 이유로 일하면서 불만 듣기가 일쑤다.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 남자가 다가올 때도 보비는 수상함을 감지하고 작업 중이던 페인트칠도 멈추고 그에게 다가간다. 그 사람에게 많은 것을 묻지 않고 다시는 오지 말라 한다. 보비는 자주 문제 상황을 감지하고 비난치 않고 안전하기만을 바란다.
무니의 엄마 핼리는 생계를 위해 도매가로 산 향수를 판다. 그 과정도 무니에게는 놀이처럼 웃는다. 얼마나 발랄한지 무니와 친구들은 버려진 창문에 돌멩이를 던지고 내부를 둘러보며 모험한다. 겁도 두려움도 없이 모든 게 놀이이며 장난이다. 이들은 불장난까지 서슴지 않는다. 생각보다 큰 불이 나자 아이들은 모르는 척한다. 핼리는 타오르는 집을 배경으로 무니의 기념사진을 찍고 사람들도 불타는 집을 보고 한 마디씩 한다. 어두운 밤 매직캐슬에서 사람들이 주먹을 휘두르고 차로 치는 사고까지 있지만, 무니네를 포함해 이웃들에게 재밋거리일 뿐이다. 스쿠티가 보이지 않고 스쿠티의 엄마인 애슐리가 핼리와 무니 모녀에게 거리를 두자 이들은 애슐리의 가게로 찾아간다. 애슐리가 업무적으로만 대하자 둘은 트림 대회를 하고 과하게 주문하고 남은 음식을 포장하라는 등 거슬리는 행동이다. 그렇게 성질부리고 나온 뒤 핼리는 싸온 음식을 내던진다. 장기투숙을 못하게 하는 방침으로 핼리와 우니는 머물던 숙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하루 묵어야 한다. 45달러를 요구하는 모텔에서 35달러를 내겠다며 싸움이 일자 보비가 해결하러 나선다. 보비가 10달러를 부담하면서 해결되나 했더니 핼리를 투숙객으로 받지 않는다며 내보낸다. 빈번히 자신의 원하는 게 반영되지 않으면 핼리는 크게 화를 내고 음료를 바닥에 쏟거나 생리대를 보여주는 등 타인을 불쾌하게 만들 행동을 골라한다.
무니가 목욕할 때면 핼리는 남자와 함께 한다. 아니 남자가 올 때면 무니에게 목욕을 시킨다. 남자가 드나드는 것을 본 보비는 별 말을 하지 않지만 한 남자가 핼리에게 문제 삼으러 등장했을 땐 핼리를 보호해준다. 그러면서 방문객이 올 거면 프런트에서 먼저 신원확인부터 시키라고 한다. 핼리를 위하는 보비와 아빠처럼 사생활 침해 말라는 핼리는 격정적으로 언쟁한다. 핼리는 자신을 위했던 또 다른 사람 애슐리를 찾는다. 돈을 빌려달라고. 애슐리는 핼리가 어떻게 돈 버는지 안다며 자신의 아들인 스쿠티가 같이 있을 때도 남자랑 있었냐고 하자 핼리는 흥분한다. 스쿠티가 보는 앞에서 친구였던 애슐리를 폭행한다. 그리고 분노가 해결되지 않았는지 밤 사이 아랫집에 사는 애슐리를 향해 쿵쿵댄다. 애슐리가 신고한 건지 아동국 사람들이 핼리를 찾아온다. 바람 잘 날 없는 무니네, 매직캐슬이다. 보비는 그런 무니 곁을 지킨다.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것과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대처하는 올바른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핼리는 안에 쌓인 불편한 감정들을 비 맞으며 씻어내 보려 한다. 남들과는 어려운 소통이지만 무니와 만큼은 완벽하다. 함께 비를 맞으며 뛰놀고 아동국의 검사를 대비해 대청소도 한다. 자신이 갖고 있던 마리화나도 세탁실 직원에게 대신 즐겨달라며 준다. 세탁실 직원은 핼리를 안아주며 잘 될 거라고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 핼리는 가만히 있는다. 체념한 듯이 그러나 믿고 싶듯이. 핼리와 무니는 다른 호텔에서 투숙객인 마냥 밥을 먹고 웃음 나오는 무니의 발상에도 핼리는 그저 가만히 있는다. 핼리와 무니의 집 앞에 아동국 사람과 가드가 있다. 핼리의 성매매 정황을 찾고 모녀를 분리하려 온 것이다. 무니는 잠시 떠난다는 이야기에 스쿠티와 인사하러 간다. 퉁퉁 부은 얼굴의 애슐리는 무니를 안아준다. 스쿠티를 통해 다른 집으로 보내진다는 소리를 들은 무니는 가기 싫다고 표현한다. 무니의 짐을 싸던 애슐리도 발악한다. 모두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니는 도망쳐 젠시에게 인사하러 간다. 자신이 떠나는 이유와 눈물이 흐르는 이유를 알고도 말하지 못하고 우는 무니를 데리고 젠시는 결심한 듯 뛰어간다. 인파 속으로, 매직캐슬 건너편으로.
화려함 이편에 살고 있는 약자의 삶에 대한 영화로 알고 몇 해 전 보고 싶던 영화였다. 마음이 울적한 요즘 쨍한 색감과 아이들의 짓궂은 표정을 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라 생각하고 찜해두었던 영화를 보았다. 웬걸, 예의 없고 욕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내게 생소한 아이무니와 엄마 핼리가 등장했다. 상대에게 상처되는 말을 웃으며 뱉고, 거짓말을 하며 돈을 얻고, 단순 재미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도 한다. 타인의 불행은 그저 가십거리이며, 자신의 뜻대로 안 된다고 과하게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 모습들을 평소에 생각했더라면 나는 십중팔구 비난했을 거다. 나랑은 다른 사람이라며. 그러나 영화를 통해 본 아이는 그저 그들의 장난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힐 목적이 아니라 놀이의 하나였구나 싶다. 핼리에겐 표현 방법이었을 것이고. 그 행동이 올바르지 않고 타당하지도 않지만 조금은 순수함을 인정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보비는 이들을 적절히 훈계하고도 따뜻한 사람으로 보였다.
요즘 대화에 대해 많은 생각과 훈련 중이다. 때로 대화에 노력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생각을 거치지 않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것이 인정 혹은 보호받지 못함과 외로움과 상관이 있는 걸까 싶고 자괴감도 든다. 그래서 타인과 소통이 어려운 핼리가 너무나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화를 냈다고 마음이 편치 않다. 그녀가 애슐리의 가게에서 진상 부리고 나와서 음식을 내동댕이 친 것을 봐도 그렇다. 그녀는 원활한 소통을 하고 싶고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 허가받지 않은 장소에서 물건을 팔고 남의 것을 훔쳐 돈을 버는 것이 옳지 않음을 알지만 핼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무니를 키우기 위해 선택한다. 핼리는 엄마로서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제대로 된 직장을 갖고 생계를 유지하고 싶다. 딸과 함께 행복하고 싶다. 그거뿐이었다. 맞은편에 있는 디즈니 월드를 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화려하게 사치를 부리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런 그녀가 내 안에도 있지 않은가 싶어서 무례한 핼리 편에 나는 서있다. 그녀의 삶을 바라보지 않았더라면 손가락질했을 내가 그녀와 함께 있다. 세상으로 지속적으로 주시당하고 위협받는 그녀와 내가 조금만 더 행복하면 좋겠다. 쓰러졌어도 자라나는 나무가 좋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