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경도인지장애를 걱정한다면 (7)
경도인지장애에 주의해야 할 약물들
[오케이 한방병원 한의사 오지현입니다]
지난 화에서 국내외 최고의 의료기관에서 제시하는 경도인지장애의 예방 관리법을 살펴보았는데요. 그중에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을 가진 약물을 중단하라는 내용이 있었지요. 이번화에서는 벤조디아제핀, 항콜린제, 항히스타민제, 오피오이드, 양성자 펌프 억제제 등 경도인지장애에 주의해야 할 약물들을 풀어서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식생활 습관을 개선하고, 약간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몸을 잘 달래서 아껴 쓴다면, 아래의 약물들을 분명 줄이거나 끊을 수 있습니다. 다만 약을 중단할 때는 '환자 본인이 임의로'가 아니라, '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담당 주치의와 의논하에' 끊어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추후에 약을 처방받거나 드시던 약물의 조절이 필요할 때, 본인의 상황에 대해서 의료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지요.
벤조디아제핀
벤조디아제핀은 주로 불안이나 불면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되는데요. 상충되는 근거들로 인해 논란 중인 약물이기는 하지만, 비어스 기준에서는 인지 장애가 있는 경우 벤조디아제핀을 쓰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에서 벤조디아제핀 사용이 인지 저하, 치매,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있다고 시사하는 연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지요. 벤조디아제핀은 장기적으로 인지적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잠재적으로 수정 가능한 위험 요인일 수 있습니다.
항콜린제
항콜린제는 우울증, 불면증, 알레르기 질환, 파킨슨 병 등에 주로 처방되는데요. 고령자의 경우 전반적인 장기 기능의 감소와 뇌의 콜린 흡수 감소 때문에 항콜린제의 부작용에 특히 취약합니다. 많은 연구들에서 항콜린제가 노인의 인지 기능과 부정적인 연관이 있다고 밝히고 있어요. 19만 명 이상의 한국 노인 인구를 추적 조사한 코호트연구에 따르면, 장기간의 강한 항콜린제 투여는 인지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요. 특히 60~64세 그룹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위험도가 더 높기 때문에 항콜린제 사용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더 큽니다.
항히스타민제
히스타민은 조직 내에서 염증이나 알레르기 작용을 유발하기도 해요. 그래서 항히스타민제로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여 두드러기, 비염, 아토피 등을 치료하지요. 그런데 사실 히스타민은 학습과 기억의 강력한 조절자이기도 합니다. 히스타민 신호 전달의 활성화는 기억의 통합과 회상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니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이 중추신경계 각성을 억제하고 일주기 수면 리듬을 방해하여 인지기능을 손상시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요. 특히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혈액-뇌 장벽(BBB)을 쉽게 통과하여 작업기억이나 각성 등에 결함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피오이드
오피오이드는 심한 암성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오피오이드의 오남용으로 인한 중독과 사망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지요. 다행히 한국 의사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럽게 처방되어 왔지만, 마약성 진통제 연관 의존성 즉 오남용빈도는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이 높은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피오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전체 회백질과 해마의 부피가 낮아지고 백질 과신호 부피는 높아진다고 하는데요. 고령자가 오피오이드 처방을 한 번 받을 때마다, 전반적인 인지, 기억, 언어, 주의 영역에서 유의미한 기능 저하가 유발되는 등 경도인지장애와 관련이 있습니다. 오피오이드 처방의 수가 많을수록, 치매 위험이 증가하고 뇌 건강이 나빠진다는 연구도 있지요.
양성자 펌프 억제제
위장약으로 주로 처방되는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는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인데요. 꽤 자주 처방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장기간의 PPI 사용은 인지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뇌 세포의 pH를 변화시키거나, 아밀로이드베타 수치를 증가시켜 염증성 손상을 유발하거나, 미세아교세포의 리소좀 구획에 변화를 주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뇌에 작용하는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충되는 연구들이 있지만 2024년도에 개제 된 논문들에서도 여전히 PPI의 치매 위험성에 대한 경계를 거두지 않고 있지요. PPI에 노출되면 90세 이전에 발생하는 모든 원인 치매의 비율이 증가하고, PPI 사용의 누적 기간이 길수록 그 위험이 커진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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