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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ome Aug 04. 2023

라바트 Rabat

모로코 여행기 #2

라바트 Rabat  모로코의 수도이자 왕이 살고있는 정치, 행정, 문화의 중심지



라바트는 모로코의 수도이며, 현 국왕이 거주하는 장소로, 정부기관과 입법부도 이 도시에 위치해 있다. 카사블랑카가 지저분하고 복잡한 대도시의 특징을 보여주는 반면, 라바트는 그에 반해 단정하고 정돈된 계획도시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이 도시는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라는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도시다. 비록 카사블랑카가 모로코의 경제 수도로서의 명성을 누리고 있고, 탕헤르는 교통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지만, 라바트는 그런 곳들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닌 도시다.


카사블랑카에서 라바트까지 이렇게 이동했음.


라바트 도시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셀라라는 고대의 성터를 둘러보았다. 셀라는 1333년에 세워진 메데르사와 모스크가 위치해 있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여행책자에는 입장료가 10DH라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70DH를 내야 했다. 아마 여행객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부른 것 같다. 이에 몇몇 유럽 여행객들은 짜증을 내며, 결국 돌아서기도 했다. 셀라가 당시 리모델링을 한 듯한 분위기도 있었는데, 이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ㅋ


셀라는 페니키아인들에 의해 건설되어, 로마인들이 거주하던 도시로 사용되었다. 모로코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로마 시대 유적지라고 볼 수 있다. 이 성곽은 메르니드 술탄 아부사이드에 의해 건설되어, 그의 아들에 의해 완성되었다. 그 시점이 아마 1333년 즈음일 것이다. 이후 로마 제국이 망하면서 메리니드 왕조의 왕실 묘지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18세기 리스본 지진으로 인해 이 곳의 유적들은 상당히 훼손되었다. 셀라는 라바트의 시작이라고도 불리며, 그 흔적들을 여전히 잘 간직하고 있다.


셀라는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러나 그 곳의 오랜 역사와 문화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도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그 곳은, 과거의 모로코를 이해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셀라의 입구


셀라 내부의 풍경1


셀라 내부의 풍경2


셀라 내부의 풍경3

셀라의 광활한 성터를 둘러보는 동안, 황량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 다양한 정원들도 존재했다. 이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바나나 꽃이었다. 처음 본 그것은 예쁘다기보다는 조금 징그러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ㅋㅋㅋ

셀라 내부의 풍경4


하루 종일 입에 물도 대지 못한 채, 셀라를 떠나 메디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길 중에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은 모하메드 6세 미술관이었다. 모로코에서 최초로 설립된 국립현대 미술관으로서 그만의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주변에 차를 세우고 관람을 하려 했으나, 아쉽게도 그 때는 미술관이 문을 닫고 있었다. 단체 여행객들 역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뭔가 라바트에서는 기대와 현실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이 닫힌 미술관 방문하지 못해 넘나 아쉬웠던 ㅜㅜ


모하메드 6세 미술관 관람은 포기하고 메디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곳은 너무 복잡하고 심지어 주차하기 조차 어려운 환경이었다.ㅜㅜ  메디나 근처에 차를 세우고 싶었지만, 쉽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찾아보기 어려워 몇번이나 유턴을 해야했다. 점점 몸과 마음이 약간 지쳐갔다. 물론 걷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주차장을 찾는 데에 집중하는 것 뿐이었다. 한참의 방황 끝에 주차장에 진입했고 티켓을 받는 순간, 먼저 주차된 차 한 대가 길을 막아버렸다. 그러는 사이 주차 관리인의 실수로 차단바가 내려오면서 차의 뒷 창문이 린치당하고 말았다.ㅜㅜ 나는 렌터카 회사에 맞겨놓은 디포짓이 순간 떠올라서 울컥 ㅜㅜ


주차관리인은 그의 실수를 알아차려 미안한 듯, 빠르게 세차 도구를 가져와서 창을 닦아주었지만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는 않았다. ㅋ 이게 뭐라고 그때는 그랬다. 주차장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복잡한 상황에 이르러 차량까지 이상한 상태로 변해버려 라바트에서 있는 시간동안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라바트의 메디나 풍경 1
라바트의 메디나 풍경 2

메디나에 들어갔지만, 라바트의 첫인상과는 다르게 그 어떤 것도 나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기분탓이었을 것이다. 삼성 휴대폰 광고판이 주변을 가득 메우는 모습조차 짜증스러웠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패스트푸드를 먹고자 메디나를 벗어났다. 


차라리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라바트를 떠나려 한것이었다. 그러나 라바트는 나와 마지막 순간까지 궁합이 맞지 않았다. 신호 위반으로 인해 단속을 받게 되어 400DH의 벌금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외국인이라고 이해해 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사정을 하려 했지만, 결국 벌금을 달게 내야했다.ㅋㅋ 정말 지금 생각하면 비굴비굴 짜증짜증~ 


아~ 그리고 모로코에서는 노상에 주차할 때 형광색 옷을 입은 주차 안내원들이 자주 보인다. 그들은 주차에 도움을 주고 일정 금액을 요구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2DH를 주면 된다. 이는 안전 주차에 큰 도움이 되니, 그냥 친절하게 주면 좋다. 공용주차장이든 노상이든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큰 돈이 아니니, 그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감사하게 생각하면 된다. 언뜻 보기에 그냥 생계를 위해 그런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결국, 우여곡절이 많은 라바트 여행이어서 그리 좋은 기억은 없었다.  라바트를 탈출한다는 심정으로 탕헤르로 향하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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