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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May 28. 2023

바깥놀이에서 생태전환교육까지

놀이와 배움 그 어딘가

 결론적으로 연못은 그럭저럭 성공을 거두었다. 우리 유치원은 병설유치원이고, 바깥놀이터가 개방되어 있어 지나가는 초등학생들이 완성된 강(수로가 많아지면서 '연못'을 '강'으로 바꿨다)에 모래를 투척하거나 수로로 이어진 양동이를 뒤엎기도 하여 매일매일 보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우리 반 아이들은 늘 보수공사를 하고 새로운 수로를 이어가며 우리가 만든 '강'에서 놀이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아직 '강'이 되기 전, 제법 그럴듯한 연못이 되었을 즈음 우리 반에 키우고 있는 올챙이들을 연못에 풀어주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음, 우리가 만든 연못은 올챙이에서 개구리가 될 때까지 살 수 있을만할까?"

"네, 물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물은 쉽게 흙탕물이 되어버리잖아. 모래 놀이터에 있으니까."

"음, 그럼 물을 갈아 주면 되죠?"

"그 물은 누가 갈아주는데?"

"우리가요!" , "우리가 할 수 있어요"

"너희들만의 힘으로 될까..? 이제 앞다리도 나와서 속도가 무척 빨라졌어. 그래서 요즘 물 갈아주는 일은 선생님이 하고 있잖아."

"어, 그럼 선생님이 계속해주면 되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주말을 지내고 오는 사이에 꼬리가 짧아져서 개구리가 된 올챙이가 모래가 있는 곳까지 뛰면 어떡해?"

"음, 그럼 금요일에는 교실로 다시 데려와요."

"또 만약 지난번처럼 비바람이 세게 불면 어떡해? 태풍이 오면?"

"그럼... 울타리를 사서 세우면 되죠?"

"우리가 심은 모종이 다 쓰러질 정도였잖아, 울타리가 날아가버리면?"

"음.. 그럼 태풍이 올 때도 올챙이를 교실로 옮겨주면 되잖아요"


 우리가 만든 연못에 대한 애착이 생각보다 컸다. 이미 올챙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 4마리가 죽은 상황이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생명살아갈 수 있는 환경고려하길 바란 나의 질문은 아이들이 그리는 장면을 실현시키기 위한 행위에 부딪쳐 아이들의 귀에 닿았을 뿐, 마음까지 가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일단 생각해 보자"라고 마무리를 한 후, 정말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나만. 나만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은 다시 본인들의 놀이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글로 정리를 하는 와중에도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마무리는 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선을 늘릴 시간.

아이들은 생각보다 비유를 통한 설명을 잘 알아듣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올챙이에서 개구리가 되는 중간에 있던 그 생물로 비유해 준다면 점점 길어져 가는 나의 질문을 줄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은 한 번이 아니라 올챙이를 데리고 온 시기, 올챙이에게 뒷다리가 나온 시기, 올챙이에게 앞다리가 나온 시기 등에서 나누어 반복적으로 이야기가 될 필요가 있었다. 아이들은 성인의 무의식적인 행동을 흡수한다. 올챙이라는 생물에 대한 나의 무지함은 아이들에게 천천히 흡수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생물을 키운다는 건 많은 책임감과 부지런함을 요한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작하게 된 올챙이 키우기였지만 일단 내 손에, 우리 반에 들어왔다면 나는 어떻게 해서든 올챙이에 대해 미리 알아보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

당분간 우리 반에 동물이 들어오게 될 일은 없을 거 같다. 나는 내 한 몸, 우리 반 아이들을 돌보기에도 벅찬 상태니까. 그래도 훗날 다시 동물을 키우게 된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없어야겠지. 다시 다짐한다.


 그럼 이렇게 해서 연못에서 이어진 '강' 놀이는 끝일까?

흙탕물을 다시 쓸 수 없기에 다시 깨끗한 물을 받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끝없이 나오는 물을 보며 "아깝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물의 정화'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시작한다.

아이들이 만든 물음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놀이와 배움은, 시작과 끝이 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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