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
만 5세 학급반을 오랜만에 맡아서인지, 2년간의 휴직으로 기억이 흐릿해진 탓인지.. 올해 유독 많이 듣는다고 느끼는 말이 있다.
이 질문의 의도는 이것이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냐는 것이다.
유치원에서 생활하다 보면 상당히 많은 쓰레기들을 목격하게 된다. 선생님들과 생태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 유치원 내에서 모든 행사를 없애고 최소한의 교육만 한다면 지구가 살아날 것이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아직 어린 유아들이기에 하고 싶은 것이 많아 이것저것 시도하다 결국 그 모든 것들이 쓰레기가 되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그 과정 안에 배움이 있는 것이겠지만, 가끔 그만하라고 말리고 싶을 때도 있다. 어차피 버릴 건데 그만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들어간다.
일부 유치원에서는 종이를 쓰지 않는 날을 정하거나 종이를 하루에 2~5장씩 쓰는 것으로 제한하는 등 우리가 만드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 또한 끊임없는 잔소리로 낭비하지 않는 습관이 생기도록 학기 초부터 꾸준히 노력해 왔는데 우리 반은 그림 그리기에 관심이 적은 편이라 적어도 종이는 낭비되지 않는 거 같았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한 곳이 멀쩡하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기는 법. 우리 반은 그림 그리기보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것을 실행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는데 난 개인적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만큼 중요한 게 현실에서 그대로 창조해 내는 '기술'이라 생각하는 터라 유아들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그것을 현실로 이루어내는 과정이 참 대견하다.
그러나, 일부 활동들은 좀 꺼림칙하다.
교사로서 나만의 생각을 내세우며 그만하라고 말할 수 없기에 유아들의 활동을 지켜보다가 꺼림칙한 일부 활동이 지속되면 대체 방안을 찾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 있었던 일을 예로 들면 오공본드에 물을 섞어 주스를 만드는 유아들이 있었다. 카페 놀이를 가볍게 빈 종이컵으로 시작했던 유아들은 좀 더 완성도 있는, 그럴듯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실제로 종이컵 안에 무언가 액체를 넣기로 계획한다. 처음엔 그냥 물을 넣었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 보니 오공본드가 섞이고 있었다. 그 위에 색깔 첨가를 위한 물감이 섞였고 음료에 섞인 덩어리 (공차의 펄)를 표현하기 위해 동그란 스팽글을 넣기도 했다. 1명이 시작한 오공본드 주스는 곧 3명으로 늘어났고 종이컵의 수량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오공본드를 넣은 이유를 물었다.
"물은 금방 쏟아졌는데 얘(오공본드 물)는 좀 안 쏟아져서요."
그렇다, 그냥 물보다 오공본드를 섞은 물은 질량이 묵직하게 변했기에 종이컵에 넣고 놀이를 해도 쏟는 일이 확연히 줄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위대한 아이디어이며 현실적인 기술인가.
그러나 그렇게 오염된 오공본드물은 쉽게 굳지 않고 종이컵 또한 쉽게 물러져 오래 사용할 수 없기에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만들게 되며 그 안에서 쓰레기통은 재활용이 되지 못하는 쓰레기들과 오공본드물과 스팽글로 차오르고 있었다. 결국 이야기나누기를 통해 대체 가능한 다른 재료로 만들기를 할 수 있도록 안내했으나, 카페 놀이는 이 이야기나누기 후 바로 종료되고 만다.
이 예를 통해서도 느껴지길 바라나 유치원에서 놀이 혹은 활동을 했을 때 나온 결과물이 제대로 재활용이 되기는 어렵다. 그것을 교육하는 것 또한 어렵고.
그래도 난 저 질문이 참 반갑다.
"선생님, 이거 어디에 버려요?"
이 속에는 내가 만든, 결국에는 쓰레기가 된 무언가가 재활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며, 분리배출에 대한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도 조차 할 수 없게 막는 것은 교사로서 할 일이 아니나 자신이 한 일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교사이기에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오늘도 난 유아들의 질문에 답한다.
"너 생각은 어때? 재활용쓰레기에 넣어도 될까?"
"그럼 다음에는 어떤 재료로 사용해 보면 좋을지 같이 생각해 볼래?"
물론, 분리배출에 대한 교육은 계속 이어진다.
알면서 그만 물어봐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