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워터파크로 출근한다
그 누구보다, 나에게 맞는 최고의 직장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오빠, 내일이 무슨 날인 줄 알아?"
"모르겠는데?"
"바로 물놀이하는 날이야."
"그래?"
"출근할 때 래시가드 챙겨서 출근해 본 적 없지? 난 있어.
오늘은 진짜 신나게 물놀이할 거야."
금요일, 우리 유치원에서는 대형 슬라이드와 분수터널이 있는 에어바운스를 빌려 '물놀이 축제'를 열었다.
대형 슬라이드와 연결된 풀장에는 내 기준으로 무릎이 잠길 정도의 물이 받아져 있었다. 초등학교 아이들과 지나가던 회사원들의 눈을 사로잡은 물놀이 시설.
빌딩 숲 속에 덩그러니 놓인 그 모습에 자꾸 웃음이 나왔다.
수요일과 목요일에 물총싸움을 하며 물 좀 먹어본 아이들은 물안경까지 야무지게 챙겨 왔고, 또 어떤 아이들은 일찍 일어나 아침밥도 잘 챙겨 먹고 왔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10시 20분부터 예정되어 있던 물놀이였지만, 창가에 매달려 다른 동생반이 물놀이하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모습에 교실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구경을(?) 나갔고 그런 우리의 모습에 감동한(?) 다른 선생님들은 좀 더 일찍 놀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약 1시간 15분 동안 이어진 물놀이는 정말 재미있었다.
우리 반 엄마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오늘 물놀이 재밌었어?"라고 물어본다면 "어, 재미있었어"라고 말하는 게 당연할 정도로 그냥 재미있었다.
교사들의 팔 근력 힘으로, 바가지로 떠 올린 물이 흐르는 슬라이드(어쩐지 밤이 되니 팔이 뻐근하다. 글을 쓰며 이유를 알았다.)는 아이들에게 짜릿함을 선사했고, 누가 더 물 먹나를 시합하는 듯이 다양한 자세와 높이로 아이들은 계속 물에 빠졌다. 물안경을 쓴 아이들과 물장구로 사투를 벌이던 나는 [타임]을 외쳤는데, 순간 '졌다'라는 생각이 든 나 자신에게 어이없음을 느끼기도 했다.
1시간 여가 지나고 나니 전쟁 같던 물놀이는 사그라들었고 아이들은 하나 둘 에어바운스 가장자리에 둘러서서 오전 수영반에서 볼법한 모습처럼 팔짱을 껴 가장자리 윗부분에 대고 그 위에 얼굴을 올린 후, 발로 물장구를 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정도면 제법 '행복'이란 단어에 가까운 풍경이겠다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물놀이 시간을 충분히 누렸고 즐겼다.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고 알리니 마지막으로 딱 5분만 물싸움을 하잔다.
"오케이, 접수. 5분은 너무 길고 열까지만 셀게. 지금부터 시작. 하나, 둘...."
열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얼굴에 뿌려지는 물 덕에 정말 10초 동안 물싸움을 한 건지, 15초를 한 건지, 8초를 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렇게 3일간 이어진 우리의 물놀이는 막을 내렸다.
교실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 또 다른 의미의 전쟁시간이 시작되었고 밥을 먹고 노곤해진 분위기를 품은 교실에서 스멀스멀 감기는 아이들의 눈이 보인다.
"피곤하지?"
"아니요? 저 하나도 안 피곤한데요???"
자기 입으로 피곤하다고 말하면 어디 못 노는 공간에 잡혀가는 줄 아는 아이들의 말과는 다르게 정직한 아이들의 눈은 때꼰-하니 당장 누워 잠든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가정교육이 어쩌고
교단이 무너지고 어쩌고
교육정책이 어쩌고
오늘은 이 모든 걸 떠나서 참 행복했다.
안전하게 물놀이를 마칠 수 있어서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코로나-19가 완화되어서
이런 놀이를 지원할 수 있게 해주는 경제적 지원(학비)이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동심으로 돌려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워서
나는 행복하다.
오늘 나는 워터파크로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