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참 공사하기 딱 좋은 날씨네
삽을 들며 연못을 만들겠다는 아이들의 땀은 며칠 내내 이어졌다. 모른 척할 수 없어 결국, 회의(우리 반 아이들이 좋아하는 단어이다)를 열었다.
그리하여 시작된 [바깥놀이터 연못 만들기] 프로젝트. 시작은 평범하고 달콤하였으나, 끝은 어떨지가 나도 궁금한 프로젝트.
일단, 공용으로 사용하는 바깥놀이터 공간에 전시하는 것이기에 다른 반(동생반)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했다.
[동생들아, 우리가 바깥놀이터에 연못을 만들어도 될까?]라고 간단히 쓴 편지를 각 반으로 보내고 기다리기를 하루. 다행히 동생반들의 대답은 yes!
다시 나온 바깥놀이터. 할 수 있는 선에서 (정확히는 내가 아는 선에서) 물웅덩이를 만들고 비닐을 깔아 물을 받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리고는 또 백지상태. 아이들은 비닐을 이어 바깥놀이터 전체를 수로로 꾸미는 설계(?)를 하고 있다.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거 같은데.. 있을 거 같은데.. 하며 행정일을 하고 퇴근해서 내 아이를 돌보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을 거 같아 원감님, 동료 선생님에게 자문했다. 이건, 자문이 맞다. 같은 교사라도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교사들이 있다. 그렇게 수많은 아이디어를 듣고 난 뒤 "그래서, 어떻게 할지 방향을 정했어?"라고 묻는 질문에 당당히 "아니요, 일단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 들었지만 실행 능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 유치원에서 무엇을 사용해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그림은 그려졌다. 다른 무언가(예- 물레방아, 캠핑의자, 울타리 등)는 생각하지 않고 연못 만들 터를 정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수로'를 만들어 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며칠 내내 이어진 삽질에도 아이들은 불평불만 하나 없었다. 제법 큰 연못을 상상하고 있는 거 같아, 나도 옆에서 같이 삽을 들고 파기 시작했다.
이것이야 말로 더할 나위 없는 말 그대로의 삽질.
그리고 우리는 [기후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온몸으로 체감한다. 5월 중순인데 낮기온이 30도에 육박했다.
아무리 오전에 나왔다고 해도 내리쬐는 햇살과 삽질에 당할 체력 있으랴.
점차 올라오는 어지러움에 결국 제일 먼저 돗자리를 깔고 누워버렸다.
"선생님, 벌써 포기예요?"
"무슨 소리야, 잠깐 쉬는 거야. 나는 나이가 너희보다 많잖아."
"그걸 포기라고 해요, 아 근데 나도 좀 쉬어야겠다."
"뭐야, 그럼 너도 포기하는 거야?"
"아니죠, 이건 쉬는 거예요"
알 수 없는 논리에 말려들어 실없이 이어지던 말들은 쨍하게 푸른 하늘에 먹혀버렸다.
날씨가 정말 끝내줬다.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는데 옆에서 몸을 일으키는 아이들.
"선생님, 이제 일어나야죠?"
"선생님은 더 쉬고 싶어 얘들아..."
"아, 여기까지만 도와주고 쉬어요"
"하..."
날이 좋아서, 하늘이 너무 좋아서 다시 삽질을 시작했다.
흐르는 땀 위에, 머리 위에 피어오른 아지랑이 위에 오늘의 날씨가 쌓이고
우리의 말들이 쌓이고, 행복과 추억이 쌓이길 바란다.
그래서, 연못은 어찌 되었냐고?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