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이 닳다

바다 물놀이 최대 몇???

by 초록

'내일 뭐 먹지?', '내일 뭐 하지?'의 물음표늪에서 벗어나 '여유'라는 것을 가지게 된 이후로는 특별히 다음날에 대한 계획을 미리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지 않는 편인 아이는 "그냥 바다에서 놀면 되지 뭐~"라는 말을 했기에 휴대용 파라솔을 펴고 바닷가에 죽치고 놀았다.


평소 온천이나 워터파크를 자주 놀러 다니는 편이다. 남편과 아이 둘만 이서도 오붓하게 다녀오는데, 입이 짧고 관리형이 남편과 입이 짧고 뱃고래도 작은 아이 둘이서 물놀이를 갈 경우 5시간 정도는 그냥 아무것도 안 먹고 물놀이만 한다. 아이에게는 물이나 작은 우유팩 정도를 제공할 뿐이다. 놀랍게도 내가 같이 가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입이 짧고(다양한 음식을 조금씩만 먹는다는 면에서......) 노는 걸 더 좋아하며 귀찮음까지 많은 내가 저 사이에 더 해져봐야 그냥 더 신나게 놀뿐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간과하고 있었나 보다. 바닷가 물놀이도 거기서 거기일 거라고.

바다 물놀이는 달랐다. 체력소모가 어마무시했다. 40분 정도 둥둥 혹은 바둥바둥거리며 물놀이를 하면 급속도로 방전이 돼 가는 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나와 아이는 충전속도도 빠른 편이기에 30분 정도 모래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면 다시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6시간을 바닷가에만 있었다. 물놀이 대여품을 회수하는 분들 덕에 바닷가 문 닫을 시간이 암묵적인 정리 시간이 된 터라 저녁 6시 40분쯤 물놀이를 끝냈다.

다음날에도 전날과 같이 가벼운 브런치 후, 바닷가에서 놀았다. 6시간~6시간 30분 정도를 바닷가에서 보낸 후 집(속초)으로 가기 위해 모래사장에서 푹푹 꺼지는 발을 어거지로 꺼내 어기적 어기적 걷는데, 걷는 폼이 아이도 만만치 않다.


"힘들지?"

"아니? 안 힘든데? 나는 힘이 100프로인데???"


여전히 힘들다고 말하면 나라가 무너지고 세상이 무너지고 다시는 놀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눈을 부릅뜨고 대답했다.

입꼬리를 살짝 올려 비웃었지만, 힘이 너무 없어 더 말을 이어갈 수는 없었다.


그날 새벽, 아이는 자다가 다리가 아프다며 끙끙 앓아댔다. 그 덕에 나도 끙끙 앓았다.


속초를 떠나는 날 아침, 여전히 떠오르는 햇살에 눈이 부실 때쯤(약 6시 30분~7시 사이) 일어난 아이는

비장하게 외쳤다.


"엄마, 오늘이 마지막 물놀이지?"

"...... 어, 갈 거야?"

"응, 가야지."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물놀이를 하겠다는 기특한 말을 하는 아이를 보며 드디어 k-관광에 물들여졌나 싶어 애국심에 벅차오르다가 눈뜨자마자 저 말을 하는 아이의 의지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졸음운전 방지를 위해 12시에는 속초에서 출발을 해야 했던 터라 8시 30분에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바닷가로 나갔다. 비가 예보되었던 날이었기에 아침 바닷가는 더 추웠다. 물놀이 준비를 마친 몇몇 가족들이 들어가기를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텅 빈 모래사장을 터벅터벅 걸어 무거운 마음으로 가벼운 짐을 내려놓았다. 바닷가를 보며 아이는 말했다.


"엄마, 아기 수달 놀이 몇 번 해 줄 수 있어?"

"...... 두 번."

"좋아, 두 번이면 딱 좋아."


엄마에게 매달린 아기 수달이 되어 물속에서 함께 빙글빙글 회전하는 놀이는 우리 아이의 이번 최애 물놀이였다. 그리고 이 놀이는 엄청난 코어힘과 체력을 요한다. (참고로 난 2주 동안 살이 2kg 정도 빠졌다. 그렇게 안 빠지던 살인데, 이 정도로는 힘들어야 빠지는 가보다.)


짧은 대화 끝에, 망설임 없이 차가운 바닷가로 입수했다. 우리의 모습에 자신감을 얻은 다른 가족들도 용기 내 바닷가로 입수했지만 금세 나가버렸다. 두 번의 수달 놀이를 끝내고 우린 바닷물에 대 자로 뻗어버렸다. 흐르는 강물에 아니, 바닷물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으, 좀 추운데? 너 괜찮아?"

라고 말하며 아이를 돌아보니 보라색 립스틱을 칠한 아이가 말했다.


"아니? 안 추운데???"


엄마 수달은 말없이 아기 수달의 뒷덜미를 끌고 모래사장으로 나왔다.


"이 정도면 충분해. 딱 좋았어. 이제 갈까?"


드디어 아이 입에서 가자는 소리가 나왔다. 2주 만에!!! 몸을 씻으러 집(속초)으로 가는 계단에서 아이는 "아이고아이고" 곡소리를 냈다. 체력이 다 한 것이다.

계단을 오르며 주마등처럼 2주간의 일정이 스쳐 지났다. 세상에, 아이보다 더 대단한 건 나였다.

아이랑 신나게 노는 와중에 운전하고, 장 보고, 밥 차리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틈틈이 기록하고, 맥주도 마시고, 드라마도 봤다.


이번엔 가슴이 벅차오른다. 와, 뿌듯하다. 정말 알차게 잘 놀았다.


*양지바른 버거집: 등대해수욕장에 위치한 버거집이다. 오전 10시 오픈 시간에 맞춰 브런치를 하기 위해 간 식당이었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으나 버거가 좀 짜게 느껴졌다. 통창으로 바닷가를 바라볼 수 있어 아주 좋은 분위기가 형성(?)된다.


*살롱드해변: 놀러 와서 1일 1 카페는 해줘야 하기에 골고루 들어갔던 카페 중 하나이다. 맛과 좌석(의자)은 쏘쏘, 분위기는 그럭저럭이나 특별히 먹을 베이커리류가 없어 아쉬웠다. (우리에게 카페는 주로 점심이나 아침 용이었기에.)


*할리스 영랑해변 DT점: 밤늦게까지 여는 카페가 없어 밤바다 마실 나갔을 때 이용했던 카페다. 파르페 같은 음료가 있어 아이와 함께 잘 먹었다.


*커피해요: 커피맛집이다. 여길 진작 왜 안 왔을까 한탄했던 곳. 떠나기 3-4일 전에 처음 가보게 되었던 터라 아쉬움이 남는다. 2주 동안 먹을 수 있었는데!! 꼭 들러보길 바란다. 간단한 베이커리를 직접 구워 파시는데 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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