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책>
지구를 점령한 쓰레기 추적 보고서
매년 75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아름다운 섬 몰디브.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서 매일 330여 톤의 쓰레기가 나온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지금까지 도심과 관광지에서 나온 모든 쓰레기들은 몰디브 수도에서 6km 정도 떨어진 틸라푸시 섬에 버려졌어요. 애초에 쓰레기 매립용으로 만든 인공섬이었지만, 최근엔 쓰레기양을 감당할 수 없어 쓰레기 유입을 금지할 지경에 이르렀는데요. 우리가 매일 버리는 수많은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지금부터 알려드릴게요.
쓰레기가 생산되고 사라지는 과정의 비밀을 담은 책이 있습니다. 제목이 완전 인상적인데요. 바로<쓰레기책> 이라는 책이에요. 이동학 작가가 쓰레기를 찾아 떠난 1만 7000시간의 기록이 담겨 있어요.
작가가 유랑을 떠난 이유는 전 세계 사람들이 어떤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환경문제가 작가의 눈에 들어왔어요. 환경문제는 전 세계의 문제라는 걸 피부로 실감하게 된 거예요.
'쓰레기는 어디서 오는가'로 시작하는 본문은 우리의 삶이 어떻게 플라스틱에 점령 당했는지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150년 전 처음 탄생해 100년 전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한 플라스틱은 우리의 삶을 편하게 만든 일등공신이에요. 플라스틱으로만 만들어진 물건은 다 세지 못할 만큼 많죠.
플라스틱은 계속 만들어지고 또 계속 버려지고 있습니다. 미국 과학정보 사이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15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 톤, 이 중 쓰레기가 된 양은 무려 63억 톤에 달합니다.
그 가운데 49억 톤은 지구 구석구석 묻히거나 돌아다녀요. 그중 강물을 따라 바다를 거쳐 결국 다시 우리를 찾아오는 쓰레기도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분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아있는 거죠.
‘쓰레기와의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요즘, 각종 쓰레기의 양은 늘어나는데 이를 처리할 시설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현재 재활용 시스템으론 계속 생산되는 쓰레기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
2018년 있었던 쓰레기 대란 기억나시나요? 중국에서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면서 한국도 비상에 걸렸었는데요. 2018년 이전까지 중국은 전 세계로부터 무려 56% 이상의 쓰레기를 수입해왔어요. 책에서 작가는 중국이 세계의 쓰레기통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맞는 표현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해류와 바람의 영향으로 태평양에는 바다를 표류하던 온갖 쓰레기들이 모여들었어요. GPGP(The Grate Pacific Garbage patch), 즉 태평양을 차지한 거대 쓰레기 지대라고 부르는 곳이 생겨났죠. 2011년도에는 한반도 절반 수준이었지만, 현재 한반도 7배 수준으로 커진 상황입니다.
지구는 인위적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품는 데 한계가 있어요. 최근 큰 환경 이슈로 떠오른 ‘미세 플라스틱’에 대해 들어보셨을 텐데요. 미세 플라스틱을 먹이로 오인하고 삼킨 물고기들이나 고래들이 이 미세 플라스틱 때문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단 이건 동물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몸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요. 이로 인해 난임이나 불임 등의 증상이 보고되고 있어요.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결국 다시 인간을 공격하고 있는 겁니다.
전 지구적으로 봉착한 쓰레기 문제는 단순히 우리가 플라스틱을 잘 처리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에요. 먼저 플라스틱이 넘쳐나게 된 구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작가는 쓰레기 문제, 환경 파괴, 기후 위기는 도시화, 자본주의의 문제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도시는 효율적으로 쓰레기 수거와 처리를 할 수 있지만, 애초에 많은 쓰레기를 만드는 환경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가 물건을 사는 모든 곳의 상품들을 떠올려볼까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거나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4시간 배달체계는 24시간 쓰레기 생산체계라고도 할 수 있다.” 라고 한 작가의 말처럼 특히 배달경제가 발전하면서 상품 포장으로 인한 쓰레기도 넘쳐나게 됐어요. 스티로폼, 비닐, 박스 등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사는 만큼 다양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그만큼 많은 쓰레기도 생겨나고 있는 겁니다.
한 마디로 자본주의가 소비를 촉진하고 과잉생산을 부추기고 있는 거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우리 것만이 아니라 미래세대로부터 빌려 쓰고 있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이대로 지구가 황폐해지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결국 후손들은 지구를 떠나야 할지도 모릅니다.
평소 버려진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환경적 의미의 쓰레기 문제뿐 아니라 경제성장 방식,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도 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