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333 시즌1(3월~5월) 옷장 만들기_1탄
<프로젝트 333> 책은 마음에 들고 읽기도 쉬웠지만, 생각처럼 빨리 읽지 못했다. 보리가 어린이집을 처음 다니며 끊임없이 새로운 감기에 걸려 와, 낮이고 밤이고 내게 붙어 보챘다. 거기다 복직 전 멀리 가족 여행을 다녀왔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복직 준비를 위해 임시 출근(?)을 시작했다. 결국 난 정식으로 출근을 시작할 때까지 옷장을 만들지 못했다.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선 아이가 감기에 장염까지 걸려 새벽 3시부터 2시간 동안 7번을 토하며 울었다. (아, 이 새벽은 정말 나도 너무 울고 싶었다.) 아이가 나을 때쯤 남편이 장염 바통을 이어 받아 주말에 드러 누워, 정말 책 읽을 시간을 만들기 어려웠다. 예상대로 출근 아침 시간은 전쟁통이었다. 내 마음은 더 초조해졌다.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다. 프로젝트 333을 하면 이 바쁘고 혼란스러운 아침이 그래도 좀 정리될 것 같았다.
마음이 급했다. 책은 천천히 읽더라도 우선 3개월 동안 사용할 옷장부터 대충 만들어보기로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찾아보니 프로젝트 333이나 캡슐옷장을 하는 사람들이 ‘Acloset’ 앱을 사용하는 것 같아, 우선 이 앱을 깔았다. Acloset은 디지털 옷장으로, 이걸 만들면 핸드폰으로도 옷장을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 옷을 볼 수 있고, 나중에 실제 옷장도 더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디지털 옷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옷을 모두 사진으로 찍어 올려야했다.
하루 날을 잡아 조퇴를 했다. 아이가 하원하기 전, 3시간 채 안되는 시간 동안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서둘러 옷장 안에 있는 옷을 거실 바닥으로 모두 꺼내 놓았다. 창문을 열고 마스크를 했다. 3월 중순,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꽤 쌀쌀했다. 거실 바닥에 옷을 쌓아놓고 보니 생각보다 옷이 많았다. 거실 책꽂이에 옷을 한 벌씩 걸며 하나하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다 보니 내게 비슷한 옷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상의는 주로 검은색과 네이비였다. 그것도 프린팅이 없는 올검정과 올네이비. 내 겉옷도 검은색과 네이비가 많았고, 그게 아니면 채도 낮은 짙은 색(짙은 회색, 진하고 채도 낮은 자주색 등)이었다. 바지는 주로 청바지나 검은색이었고, 흰색 바지가 많았다. 난 흰색 바지가 이렇게 많이 있는줄 몰랐다. 입을만한 치마는 딱히 없었다. 옷을 하나씩 찍으며 내가 왜 늘 입을 옷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알게 되었다. 검은색이나 네이비 윗옷에 비슷한 색 겉옷을 걸치고, 청바지나 흰 바지를 입으면, 디테일이 어떻든 비슷하다. 오늘 다른 옷을 입어도 어제 입은 옷이랑 큰 차이가 없다. 금방 지루해진다.
사진을 찍으머 정말 안 입겠다 싶은 옷 몇 벌을 버리고, 지금 너무 잘 입고 있는 옷 4-5벌은 지난 달부터 채워지길 기다리는 빈 옷장에 걸었다. 시계를 보니 벌써 아이 데리러 갈 시간이었다. 난 거실에 쌓인 산더미같은 옷을 부랴부랴 원래 옷장에 다시 그대로 걸었다. 이상했다. 뭔가를 한 것 같은데,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기대하던 옷장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디지털 옷장은 내겐 맞지 않았다. 처음 두 세 번은 디지털 옷장에서 이 옷 저 옷 꺼내 코디하는 것이 인형놀이를 하는 것 같아 좀 재미있었는데, 곧 사진들을 조합해 매일 무슨 옷을 입을지 생각하는 것도, 옷 사진들로 내가 필요한 디지털 옷장을 만드는 것도 번거롭고 귀찮았다. 피곤해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흥미를 잃기 전에 옷장을 완성하고 제대로 시작해야 했다. 난 태어나 처음으로 옷의 기본템이 무엇인지, 내가 필요한 옷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옷 사진을 찍으며 비슷한 옷만 잔뜩이고 돌려입을 만한 기본 옷이 없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옷의 기본템을 알려주는 유튜브를 몇 편 보고 난 후, 꼭 있어야 한다는 봄(간절기) 기본템 중 흰색 버튼다운셔츠(이렇게 부르는지도 처음 알았다)와 검은색 반팔 롱 원피스, 스프라이트 티셔츠가 마음에 들었다. 이것이 있으면 내 333 옷장도 쉽게 완성하고, 3개월 동안 옷을 잘 입을 것 같았다. 어서 이 옷들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 복직한다며 겨울 동안 이미 옷을 여러 벌 샀기 때문에(프로젝트 333을 알기 전), 또 옷을 사는 건 마음이 좀 불편했다. 고민하다 333 옷장을 완성해 이 옷들이 정말 필요한 옷이라는 것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하고, 당당하게(?) 옷을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지난 번엔 야매로 시작해 망했고 옷도 사야하니, 이번엔 제대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터넷은 그만 뒤지고, 가능한 <프로젝트 333> 책대로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