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죽이려는 노인 3부

하늘에서 그러하듯이 땅에서도 그러하다.

by 알렉산더

"그래서 노인이 사또 앞에다 섰는데, 하는 말이..." 그 말을 하고 개똥이는 입을 다물었다.
"뭐야? 뭐라고 했는데, 개똥아 빨리 말해봐라."
"빨리 말해라. 개똥아."
"개똥아. 한 닢 더 받아라."
사람들은 너도 나도 할 거 없이 서로가 동전을 던졌다. 모자 앞에 동전이 가득차자 개똥이는 만족한 듯 웃었다.
"뭐라 했나면은, "나는 신의 숨결을 고갈시켜 모든 것을 無로 되돌릴것이다."라고 했더군요."
"푸하하하, 그거 참 골 때리는 양반이네."
"그 시절 양반들은 참 재밌었겠고만."
"역시 세상엔 미친놈이 한 명씩 있어줘야 재미가.....
"그럼 다음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여러분." 개똥이가 인사하며 주섬주섬 돈을 챙겨 이동했다.
"이제, 뭐 재밌는 거 없나?"
"자네, 그거 못들었나? 저번 달부턴가 나라에서 옛 왕실에서 유물들을 발굴한다고 하지 않았나?"
"아 맞다. 그 전설로 내려오는 유명한 고대 예언가인 김 영감 댁도 포함이지?"
"그렇지. 소문에 의하면 예언서가 발견되었다는데 발표가 어디보자....오늘이구만!"
"거기나 한 번 가볼까?"
"좋지"

...

"오래 기다리셨소. 그럼 약속대로 예언서를 읽어주겠소"
"와아아아아."
"감사합니다. 나리." 백성들의 환호 소리가 바람을 움직일 수도 있을 정도로 멀리 울려퍼졌다.
"어디 보자. 첫 시작은 두 편의 우화로구만."

<태초에 無의 바다 속에 벌거숭이 나무가 있었다. 나무는 자기가 죽은 나무에 양분을 토대로 태어났다는 것 제외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나무는 물을 먹으며 생장(生長)했지만 외롭기도 했다. 어느 날, 나무는 죽은 나무 속에서 한 책을 발견한다.

《연필제조법》

나무는 자기의 나뭇가지로 연필과 종이를 만들었다. 뾰족했던 연필심이 뭉뚱해질 때면 자기를 깎아 마음을 다잡아서 마지막 나뭇가지까지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연필이 손에 쥐어지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고, 나무는 마지막으로 제목을 썼다.

바다는 궁금했다.

"전에 나무와 똑같은 제목의 책을 쓴 것인가?"
"물론이다. 사랑했기에."
"지금 있지도 않은 나무를 사랑했다고?"
"그렇다. 사랑은 無를 초월한다."

바다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이지요?"
"뜬금없이 바다는 왜 나온 겨?"
"조용, 조용들 하시오. 다음 우화를 읽어주겠소."

<어떤 無의 바다에 둘러쌓인 섬이 있었다. 섬은 바다의 갯벌을 제외하고는 나무도 동물도 없이 황폐했다. 그러나 그런 섬에도 사람들이 철썩같이 믿으며 따랐던 고대 전설이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바다에는 위험한 괴물이 살고 있었는데, 그 괴물은 호시탐탐 섬을 바다로 뒤덮을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바다를 다 걷어내야 하며, 그에 따라 사람들이 하는 일은 오직 바다물을 양동이로 빼내는 것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그 섬에 제일가는 현자였던 준호 역시 처음에는 전설을 철썩같이 믿고 따랐다. 그러나 그는 점점 자기 행위에 회의감이 들고 전설의 진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바다에 뭐가 있을 지 정말 궁금했다. 준호는 결국 사람들 몰래 배를 만들어 바다를 향해 떠났다. 처음에는 들떠있던 준호였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바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망망대해를 떠다니면서 준호는 실망감을 느꼈지만 무엇보다도 더 준호를 사로잡았던 것은 칠흑같은 권태였다.
무언가를 깨달은 준호는 섬으로 다시 돌아왔다. 섬 사람들이 준호한테 몰려들었다.
"현자여, 바다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준호는 두려움에 질린 목소리와 과장된 손짓으로 괴물을 묘사했다.
"이 섬만큼 큰 괴물이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이 중대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섬으로 다시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물을 빼내는 일을 절대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크게 두려움에 떨며 다른 사람들과 아이들한테 이 이야기를 전했다.>

"이것도 기묘하고만요."
"누가 해석 좀 해줄 수 없나?"
"자, 이제 가장 중요한 예언서 부분이니 집중하시오."
"네, 나리!"

<들어라. 바다여, 이것이 내가 창조한 질서다.>
"바다가 또 나오는고만."
"일단 들어나 봅시다."

<하늘에서 그러한 것처럼 땅에서도 그러할 것이니>
"하늘이랑 땅이랑 같다는 건가?"
"글쎄? 그렇게 단순한 뜻이 아닌 거 같은데?"

<신에 저항해 새로운 질서를 열 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가 신의 사자이다.>
"뭐? 신에 저항한 사람이라고?"
"그게 누구지?"
"아니 근데 나리가 갑자기 왜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지?"

나리는 무릎을 꿇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백성들은 매우 당황해서 나리를 일으켜세우려 다가갔다.
"나리! 일어나시죠."
"닥쳐라. 나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신의 사자를 몰라보고 그를 모욕했으니 이 죄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신의 사자를 몰라봤다뇨? 우리가 알던 사람 중에 신의 사자가 있습니까?"
"그 미치광이라 불렸던 노인이다."
"예??"
"그 미친 노인이 신의 사자였단 말이다.
백성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지만, 감히 나리의 말에 반박할 수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리석은 백성들아, 노인의 행동은 말 그대로 이해하는 게 아니라 상징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니라. 쉽게 말해 숨은 뜻이 있다는 것이다."
"그 태양과 눈싸움하고 그림자를 베는 것에 숨은 뜻이 있다는 것입니까?"
"물론이다. 그것은 신의 권위에 저항하는 모든 의식이었다."
백성들은 웅성거릴 뿐, 아무도 감히 의견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아아! 그렇구나" 누군가가 소리쳤고 모두가 그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개똥이었다.
"나리, 제가 감히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고하라."
"노인이 해시계를 부순 것은 다름 아니라 시간을 멈춘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노인은 신을 죽이는 것에 성공했던 것입니다."
"흥미롭구나! 더 자세히 말해보거라."
"시간은 신의 질서의 상징입니다. 노인은 해시계를 부숨으로써 신의 질서를 부순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신의 숨결을 고갈시켜서 새로운 신의 계보를 이어나가는데 성공했던 것입니다. 아아 우리는 신의 사자를 몰라뵙던 것입니다."
"통찰력이 뛰어나구나 너는 누구냐?"
"저는 개똥이입니다. 이야기로 먹고 사는 사람입니다."
"내가 너한테 역할을 줄 것이다. 너는 이 백성들을 신의 사자한테 경배할 수 있도록 이끌어라. 내가 너의 지위를 높여주리라."
"황송하옵니다. 전하."
"물러나거라."
"예, 전하"

개똥이는 백성들을 이끌고 노인이 부순 해시계가 있던 자리로 갔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여기가 바로 '시간이 멈춘 자리입니다. 다들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합시다."
개똥이는 시간이 멈춘 자리를 향해 큰 절을 올리고 사람들을 이끌고 노인이 불을 지르려 했던 산에 갔다.
"여기가 바로 '신의 숨결이 멈추고 노인이 새 신이 되어 신의 계보를 이어받은 곳입니다."
그 순간 산에 번개가 쳐서 나무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보이십니까? 그 분이 우리가 깨달음을 얻은 것을 기뻐해, 신을 죽였던 그 때의 의지를 다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똥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사람들은 황홀함에 빠져 한마디씩 했다. 이 분위기는 모두한테 전파되었다.
"왠지 모를 충만함이 느껴지군요."
"오! 정말 아름다워요."
개똥이는 노인을, 질서를 관장하는 신으로 추앙했고 그 날 새로운 종교가 생긴다.

...

<들어라. 신을 죽이려는 노인이여. 이것이 너가 창조한 질서다.>
<하늘에서 그러한 것처럼 땅에서도 그러할 것이니>
<그는 신의 사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신에 저항해 새로운 질서를 열리라.>

"아아! 바다여! 끝내 나는 운명의 장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인가?"
"그러나 나는 따르리라 이것이 나의 운명이다."
"나의 의지는 영원하리라."
“때가 이르렀다. 나의 저녁이 이르렀다."
그는 질서를 관장하는 신의 가장 오래된 예배당 앞에 다다렀다. 사람들이 몰려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는 충혈된 눈을 희번득 거리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의 강렬한 눈빛만큼이나 목소리는 결연했다.
"그는 신의 사자가 아니다. 나는 그를 부정하러 왔다."
...은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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