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되지 않은 선물

by 알렉산더

"내가 못생겼다는 말이지?"
"응?"
"스타일이 아니라는건 핑계고 그냥 내가 못생겼다는 거잖아?"
"아니... 무슨, 사람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게 포장질이거든? 그러니까 착각하지 마. 애초에 내가 먼저 너를 거른 거야."
말을 마치고 준호는 오픈채팅을 나갔다. 사춘기에 준호는 상대방이 외모만으로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한 주제에 가식을 부리는 것이 역겨웠다.
'차라리 대놓고 돈을 밝히는 매춘부가 낫지'
늦은 밤, 침대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준호는 막상 그런 생각이 드니까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준호는 고아원에서 여태까지 받은 용돈을 모아보았다.
"100만원이라....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하네. 어디 보자. 요즘은 돈 받고 데이트해주는 데도 있지 않나?그래도 대놓고 매춘부는 좀 그러니까"
준호는 오픈채팅방에 용돈을 치고 근처에 있는 사람을 몰색했다. 마침내 근처 오피스텔에 하루 50만원에 하루 데이트해주는 곳을 찾았다.
50만원에 섹스도 포함이라고 해서 30분 뒤 만나기로 하고 준호는 지갑을 챙겼다.

...

진동벨 소리가 울려퍼졌고 A씨는 문을 연다. 거기에는 머리도 떡져있고 맨발에 슬리퍼 차림인 준호가 있었다.
"머리는 왜 안 감았어?"
"물이 너무 차가워서 그냥 나왔어."
"양말은 왜 안 신고 왔어?"
"양말에 실밥이 발톱에 걸려서 늦을까봐 못 신었어
"슬리퍼는 왜 신고 왔어?"
"신발 끈이 꼬여서 풀다가 늦을 거 같아서 슬리퍼 신고 왔어"
준호는 그렇게 말하면서 패딩을 벗었다. 준호는 패딩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옷은 왜 안 입고 왔어?"
"옷장에 옷들이 너무 구겨져 있어서 입을 것을 못 찾았어. 그래도 선물은 가져왔잖아."
자기 거시기를 가리키는 준호를 A는 웃으면서 바라보았다.
"미얀 거래는 없던 일로 하자."
"뭐? 대체 왜?"
"선물이 포장이 안 되어 있잖아."
"뭐? 내가 지갑에 지폐가 많아 얼마나 무거웠.."
말이 마치기도 전에 A는 준호를 현관에서 내쫓고 문을 닫았다.

'이 세상에는 정말 위선자밖에 없구나. 다 뒤졌으면 좋겠다.' 준호는 다시 고아원으로 가는 와중에 세상에 모든 포장이 사라지면 세상이 어떻
게 될 지 궁금했다.

"저기 포장을 못하는 현자다!"
"뭐지? 나 말하는건가?"
준호는 그 꼬마를 노려봤다.
"뭘 봐? 눈깔을 확! 파불까봐"
"꼬마야. 너 말이 좀 짧다."
"단어가 길면 말할 때 입이 아프잖아! 이 세끼야!"
꼬마는 웃어제끼며 가버렸고 준호는 불쾌한 기분으로 고아원에 도착했다. 고아원 앞에는 총무가 경비원과 같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준호야, 당장 짐싸서 여기를 나가라."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너 때문에 경비원 아저씨의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고아원 운영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잖니..
"무슨 그런 억지가..."
"뭐? 내가 그럼 없는 말이라도 했단말이야? 당장 나가!"
준호는 거의 쫓겨나다시피 고아원에서 나왔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다 배가 고팠던 준호는 주변 편의점을 찾았다.
'라면 하나, 삼각김밥 하나..
계산하려 계산대에 그것을 놓았는데 갑자기 점원에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여기 현금이요."
"죄송합니다. 손님.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왜요?"
"거스름돈 계산하기 어려워서요."
"이런 미친 세끼가...."
준호는 호흡이 가빠지고 손이 벌벌 떨렸다.
"뭐라고요? 당장 안 나가면 경찰을 부를 거에요!"
"나간다. 나가. 내가 더러워서 참."

'어쩌다가 세상이 이렇게 정신병동이 되었지?' 준호는 자기가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준호는 피곤했고 잠 잘 곳이 필요했다.
'절이나 가볼까?.....
절에 도착한 준호는 주지스님을 찾아나섰다. 주지스님은 대웅전 주변에서 달빛을 맞으며 걷고 있었다. 준호는 출가를 허락해달라고 말하기 위해 주지 스님을 잡았다.
"주지스님!"
"안 돼!"
준호는 얼어붙었다. '난 말을 꺼내지도 않았는데?...' 준호는 혼란스러웠지만 스님한테 따져 물었다.
"대체 왜요? 씨발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길레?"
스님은 천천히 준호를 향해 뒤돌았다.
"넌 말꼬리가 너무 길어
"제가 무슨 말꼬리가 길어요? 전 과묵한 사람이라고요."
"넌 포장도 못하면서 이 핑계 저 핑계 다 대잖아.
"..."
"포장을 하는 수고로움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대체 뭘 할 수 있다는 것이냐?"
"그래서 그게 출가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말꼬리가 길면 이산화탄소 내뿜어서 산에 공기를 더 오염시킬 거 아니야!"
"아니! 스님마저..."
"닥쳐라! 니 호흡이 점점 가빠지잖아! 산새들 다 죽으면 책임질 거야!"
주지스님은 준호에 말을 무자비하게 끊으며 소리쳤다.
"스님 도대체 세상이 저를 억까하는 이유가 뭡니까? 저는 그냥 포장질이 싫을 뿐인데... 그저 그뿐인데!"
주지스님은 준호한테 천천히 다가왔다.
"뭐요?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
"준호야 금강경에서 삶은 꿈과 같고, 환영과 같으며,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번개와 같다고 하였다. 인생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거 같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사소한 거 하나라도 어긋나면 그 실타레가 완전 얽히게 되지. 어쩌면 삶을 포함해서 인연에 의해 생긴 모든 것이 포장질이 없으면 의미없는 횡설수설일 뿐일 수도 있지. 포장하지 않은 선물은 받아드려지지 않는 것처럼."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너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느냐? 껄껄"
준호는 주지스님한테 엎드려 절했다.
"스님 저한테 지혜를 줘서 이 꿈에서 깨어나게 해주세요."
"꿈에서 깨어나도 꿈이고 마침내 모든 꿈에서 깨어나면... 아무것도 없을뿐인데 뭣하러?"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스님?"
"포장을 다 풀면 네 녀석 불알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놈아! 뭣혀고 있어? 출가한다며! 다음날부터 각오해라 이 녀석아!"
준호는 어쩌면 자신이 포장을 하는 법 뿐만 아니라 포장을 푸는 법도 모르는 것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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