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by 알렉산더

재미가 없는 농담과 같은 삶을 살았던 남자가 있었다. 그는 생계를 위해 하루 12시간씩 노가다를 했지만 유흥을 즐길줄도 모르고 연인도 없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꿈이 있었는데 그 꿈은 모두를 웃기는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꿈을 친구들은 비웃었다.
"니 인생이 재미없는데 니가 어떻게 재밌는 농담을 만들건데? 재미 없는 사람한테서 재미 있는게 나올 수 없다." 그러면서 그들은 깔깔 웃었다.
"농담이야. 내가 어떻게 재밌는 농담을 하냐?"
"그것 참 너같이 재미없는 농담이군"
그는 풀이 죽은체 집에 돌아와서 노트를 펼쳐 농담을 만들려 노력했다. 그러나 몸은 지쳐있었고 그럴수록 농담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 필요 없어. 그냥 내 삶 모든게 농담이었으면 좋겠군." 그러면서 그는 잠이 들었다. 그는 꿈에서 코미디언이 되어 농담으로 구름처럼 가득찬 청중을 웃기고 있었다. 그는 사람으로 둘러쌓여 있었으며 더이상 힘들게 일하지 않았다. 그가 스스로 친 농담이 만족스러워 한바탕 크게 웃고 있을 때 잠에서 깼다. 그는 꿈에서 자기가 쳤던 농담을 기억해내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꿈은 너무 달콤해서 그는 일하면서 하루종일 그 생각만 했다. 꿈은 계속 이어졌다. 꿈 속에서 언제나와같이 그는 사람들을 웃겼지만 깨어나면 농담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는 점점 꿈 속 세상에 빠져들었고 그는 꿈을 더 잘꾸기 위해 자각몽을 시도하기로 했다. 그는 자각몽 센터 원장을 찾아가 자신의 사정을 말하고 더 오래 꿈꾸고 싶다고 했다. 센터 원장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꿈 속에서 원하는 것을 이루는건 좋은데 현실을 도피하고 꿈 속 세상
에서만 살까봐 걱정입니다..
"괜찮아요. 꿈을 꾸면 꿈(dream, goal)이 현실이 되니까요"
"그것 참 재미없는 농담이군요."
센터 원장은 혀를 끌끌 차며 수면제와 어떤 약을 따로 하나 주면서 이 약들을 동시에 먹으면 자각몽을 오래 꿀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약을 먹
고난 남자는 진짜로 잠이 잘 와 자각몽을 꿀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남자는 자각몽에 빠져 현실을 도피하다가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피폐해진다. 남자는 센터 원장한테 찾아가서 원망이 뒤섞인 농담을 했다.
"이 약은 꿈은 잘 꾸게 하는데 꿈을 이루지는 못하게 하는 거 같군요?"
원장이 받아쳤다.
"약이 미래를 어둡게 해서 잠이 잘 왔던 겁니다.”
"그것 참 제 인생처럼 좆같은 농담이군요."
"그렇다면 이번엔 좀 재밌는 농담을 해봐도 될까요?"
"해보세요."
"사실 당신이 수면제와 함께 먹었던 약은 치명적인 독약입니다. 당신은 지금 혼수상태에서 꿈꾸고 있는 겁니다."
남자는 원장에 멱살을 잡았다.
"지금 당장 바른데로 말하지 않으면 너를...."
그러나 그 순간 남자의 정신이 혼미해지고 장면이 급격하게 바뀐다. 남자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친구들 속에 있었고 그가 손에 잡고 있던 것은 마이크였다.
"이거 다 좆같은 농담이지? 당장 나를 현실에다 갖다놓지 못해!"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폭소를 하면서 앵콜을 외치기 시작했다.
"내 말이 농담같아?"
그 순간 그는 병원에서 일어났다. 친구들이 놀라서 그한테 다가온다.
"드디어 깨어났구나!"
남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렀다.
"나 죽을 고비 넘긴 거야? 나 정말 꿈 속에서 농담같은 인생을 살았어."
그러자 슬피 울던 친구들이 웃기 시작했다.
"그래서 니 농담이 재밌나보네."
"이런 미친놈들이.. 남자는 금세 친구들을 한 대 칠 거 같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뭐야? 왜 그래?" 친구들이 놀란 몸짓으로 말했다.
"어디서 시치미야? 니들이 꿈 속에서 내 말을 농담 취급하며 비웃었잖아."
"아니 무슨 소리야? 우린 너가 방금 한 농담을 말한 거야. 너가 꿈속에서 농담같은 인생을 살았다고 농담했잖아. 재밌는 인생을 살았으니 재밌는 농담이 나온 거겠지"
"아 그렇구나. 내가 착각했다. 방금건 무시해라."
"그래 임마. 이게 다 좆같은 농담같아?"
남자는 비명을 지르다가 숨이 막혀서 기절한다. 깨어난 그에 앞에는 자각몽 원장이 서있었다.
"제발, 저를 현실로 보내주세요." 남자는 울면서 빌었다.
"당신이 자기의 모든 삶이 농담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잖습니까." 자각몽 원장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건 농담이었습니다." 남자는 거의 흐느끼고 있었다.
"재미없는 농담이군요. 본질에 충실하지 못해요. 마치 당신의 인생처럼요." 자각몽 원장은 부드럽게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디 제가 제 미래를 밝게 할 기회를 주어서 눈이 부셔 잠에서 깨어날 수 있게 해주세요."
자각몽 원장은 호탕하게 웃었다. 남자의 눈은 점점 감겼고 원장의 웃음소리는 점점 작게 들렸다. 눈을 뜨니 남자는 자신이 쓰던 노트 앞에 엎드려 있었다. 남자는 꿈 속에서의 농담같은 삶을 회상한다. 그는 그것을 앞으로도 잊지 못할 거 같았다.
"어쩌면 이게 꿈에서 군중들을 웃겼던 농담이지 않을까?" 남자는 다음에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만나면 친구들을 웃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삶이 재미있는 농담이 되는 꿈(dream)을 이뤘으니 재미있는 농담이 삶이 되는 꿈(goal)도 이루겠지." 남자는 그 말을 곰곰히 생각했다. 재밌는 농담같진 않았지만 그 무게가 가벼운 거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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