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협회는 최근 협회 소속 농가에서 약 60%에 해당하는 141억 마리의 벌이 사라졌다고 밝혔습니다. 벌의 실종은 양봉농가 뿐 아니라 멜론과 수박 등 시설원예농가에도 큰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선 농작물에 피어나는 꽃이 수정을 해야 하는데, 벌이 없어서 수정하기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시설원예농가에서 벌을 구하기 어려워져 직접 붓으로 꽃을 수정하는 농부가 많아지자, 정부는 그 해결책으로 드론을 제시했습니다. 대형 드론이 사과 과수원 위로 비행해 꽃가루를 떨어뜨리고, 이 꽃가루가 꽃 속 암술에 닿도록 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1ha의 과수원의 수분매개 작업을 15분 만에 작업을 끝낼 수 있고 농가가 내야 하는 비용도 50만 원으로 저렴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정작 수정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해외에서는 더 발전된 형태의 드론꿀벌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드론은 상공에서 꽃가루를 뿌리지만, 월마트의 경우 직접 꽃 속의 꽃가루를 채취해 다른 꽃의 암술로 이동할 수 있는 드론꿀벌의 기술 개발을 마치고 특허를 등록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과학자들은 “드론을 이용한 수분은 벌을 대체할 수 없다” 고 밝혔습니다. 심지어는 생태계의 생물다양성마저 해칠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꽃은 특유의 향기와 색으로 수 많은 종류의 벌을 유인합니다. 이때 다가온 벌 중에서도 해당 벌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체형, 수분매개 방법을 가진 벌 만이 수분을 할 수 있습니다. 단례로 우리나라 천연꿀의 70%를 차지하는 아까시나무의 경우, 양봉꿀벌(Apis Mellifera)은 가루받이가 가능하지만 재래꿀벌 (Apis cerana)은 불가능합니다. 토마토의 수분매개는 혀로 꽃가루를 따는 꿀벌보다도 진동으로 꽃밥 속에 숨은 꽃가루를 털어내는 뒤영벌(Bombus terrestris)이 더 효과적입니다. 전 세계 약 2만 여 종의 벌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수십 만 종의 개화식물 중 약 78%의 수분매개를 돕습니다. 반면에 드론은 아직 해바라기처럼 가루받이하기 쉬운 꽃들만 수분매개할 수 있습니다.
꿀벌 크기의 드론 하나를 이용하는 데 10달러가 든다고 가정하더라도, 평범한 벌통의 꿀벌 수 만큼 드론을 구비하는 데 약 20만 달러가 듭니다.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작물의 수분매개를 드론으로 대체하는 데에는 수천 억 달러의 비용이 들 것입니다. 또한 드론의 수리와 유지보수, 이를 조종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줄어드는 수분매개체를 위한 서식지를 확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꿀벌 드론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전력 에너지가 소모되고 탄소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과 희토류를 얻기 위해 금속 채굴 역시 가속될 것입니다. 유지보수하고 복구 불가능한 드론을 폐기하거나 재활용 하는데에서도 거대한 탄소 발자국을 남기게 됩니다. 이러한 수명 주기는, 현재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하는 전 세계적 흐름과 맞지 않습니다.
꿀벌 드론의 대량 생산은 대규모 종의 침입으로 이어집니다. 생태계는 벌과 나비를 비롯한 수분매개체, 야생 식물을 비롯한 수 많은 동식물간의 균형으로 이루어집니다. 농작물에도 무수한 야생벌과 꿀벌이 찾아와 수분매개를 하고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확보합니다. 그러나 꿀벌 드론이 농작물을 수분매개하면 꽃은 보다 빨리 지고, 벌이 먹을 식량이 사라집니다. 이는 곧 야생 밀원식물에서의 벌 간 경쟁이 심해지는 등 기존의 균형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꿀벌을 비롯한 자연의 수분매개자 대신 드론 수분에 100% 의존할 경우, 전 세계적인 식량안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종류의 수분매개자에 의존하는 것은 농작물 수확에 큰 리스크가 됩니다. 수분매개자가 각종 전염병을 비롯한 외부 요인으로 대량 폐사할 경우, 농작물은 수분매개를 할 생물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드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적 결함이나 대규모 사이버 테러가 일어날 경우, 농작물을 수분매개할 수단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전 세계에는 2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소규모 농업으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농업에 투입되는 기본적인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이 값비싼 꿀벌 드론을 구매하고 관리할 수단이 있을 지 불투명합니다. 세계적 소규모 농업의 붕괴는 결국 세계적인 식량생산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집니다.
지구상에는 아직 벌과 나비 등 무수한 꽃가루 매개자들이 있습니다. 이 생물들은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와 더불어, 개화식물 87%의 수분매개를 담당합니다. 이러한 수분매개자들의 역할을 드론이 대신하기엔, 현재 기술력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이를 실용화하는 데에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드론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농업 분야의 도움을 줄 수 있을지언정 자연 생태계의 수분매개 활동마저 대신할 수 없습니다.
생태계 지킴이 벌의 역할을 드론으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벌을 살리기 위한 행동에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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