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 입시를 치를 때 면접관인 교수님으로부터 받은 질문 중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있다.
바닥에 휴지가 떨어져 있을 때 직접 주울 것인가 아니면 학생에게 시킬 것인가?
이때 나는 당연히 교사가 본을 보이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 생각했기에 직접 줍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있다 보면 그 믿음이 점점 무너진다.
아마 지금의 어른들은 학창 시절 청소와 관련한 추억이 많을 것이다. 바닥에 줄 세워 양초 칠, 왁스 칠을 했던 것부터 화장실 청소, 창문 닦기, 특별실 청소, 계단 청소, 운동장 잡초 뽑기, 마을 쓰레기 줍기 등. 교실을 넘어 온 마을이 우리의 터전이었고 깨끗이 가꾸어야 할 장소였다.
그런데 요즘 우리 반 청소 풍경은 이렇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노래가 울려 퍼진다. 아이들은 청소하라는 신호를 듣고 책상 옆 걸개에 걸린 작고 귀여운 미니 빗자루를 꺼낸다. 코로나 거리 두기로 인해 짝꿍이 없어 뚝 뚝 떨어져 있는 책상인데 자기 책상 아랫부분 반듯한 직사각형 안을 미니 빗자루로 살살 쓴다. 그러면 나는 또 외친다. "복도까지 쓸어라 얘들아! 앞, 뒤, 옆 다 쓸어!" 그러면 꼭 한 마디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거 제가 버린 거 아닌데요!" 그런데 그 와중에 친구랑 장난치는 아이, 끝까지 청소를 안 하고 모르는 척 있는 아이, 자기 물건 정리하기 바쁜 아이 등 아예 청소를 대충 하는 아이들도 많다. 한숨이 안 나오고는 못 배기는 현실이다.
내가 바라는 아이들의 청소 범위는 이렇다. 책상 아래 직사각형의 대각선이 만나는 점을 중심으로 원을 크게 그려 직사각형이 쏙 들어오게 만든다. 그 원 정도는 청소를 해 주어야 교실의 모든 곳이 빈틈없이 청소가 된다. 교실 앞 뒤의 공간은 조금 넓으니 거기는 1인 1역 담당자를 두어 청소하게 한다. (이것도 누가 맡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대부분은 청소가 안 될 때가 많다)
그런데 자기 자리만 청소하니 책상 사이 길 부분이 지저분하다. 결국은 포기하고 종례 인사를 마치고는 내가 직접 빗자루를 들고 청소기를 든다. 그렇다고 나의 바람대로 와서 도와주는 아이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쯤 되면 속시원히 책상 전부 다 밀고 커다란 빗자루로 청소를 하고 싶어 진다. 예전에 시도를 해 보기는 했다. 그런데 일단 요일별로 청소 팀을 짜는 것부터가 고난이다. 학원 스케줄 때문에 종례 하자마자 후다닥 뛰어 나가는 아이들에게 더 길어질 청소 시간을 버틸 여유란 없다. 그리고 실제로 5일 중 하루도 못 남는 아이도 있다. 신규 시절에는 요일별로 사람 수가 다르고 아예 못 하는 친구들이 있어도 교실에 남아 큰 빗자루로 청소를 하게 했다. 지금은 더 힘든 현실이다.
그럼 점심시간에 하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작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급식실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급식실 동시 체류 인원이 줄다 보니 3개 학년씩 2부제로 운영되던 것이 2개 학년 3부제로 바뀌었고 그 결과 50분이던 점심시간이 30분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아이들 동선 겹침을 막기 위해 학년별로 시정도 다르고 블록타임 수업(쉬는 시간 없이 2교시를 연속해서 하는 수업)도 많아져 놀 시간이 줄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차마 밥 먹고 남는 10분을 청소하는 데 쓰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결국 2분의 노래 시간 안에 후다닥 끝낼 수 있는 미니 빗자루로 매일 청소를 하는 것이다.
이쯤 되니 미니 빗자루가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고 괜히 만든 사람한테 화살이 간다. 예전에 책상을 밀면서 청소하던 우리들이라고 해서 청소를 완벽하게 잘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옆 친구 책상 미는 것도 도와주고 내 자리, 네 자리의 구분이 없어진 교실 전체를 다 같이 청소하는 마음, 쓰레기통이 꽉 차면 다음 친구를 위해 한 번 지그시 눌러주고 밟아주는 마음, 그 마음을 느끼고 싶다. 언제부터 미니 빗자루라는 것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휴대하기 좋고 간편해 보이는 좋은 모습 뒤로 청소하고 싶은 마음을 더 작게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버리지 않았어도 너그러이 비질 한 번 더 하는 것을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너희들로 자라길. 나의 베풂이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온다는 것을 믿는 너희들이 되길. 내년 새 학기에는 준비물 목록에 미니 빗자루를 넣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