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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빛보라 Nov 12. 2023

여덟 살에게 배우는 사회적 기술(2)

탕후루라는 음식이 있단다. 첨엔 중국집 이름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과일에 설탕 시럽을 끼얹어 굳힌 디저트 음식이었는데, 보기와는 다르게 씹는 순간 그 딱딱한 질감에 치아의 건강을 생각하게 되고 화산의 용암처럼 용솟음 칠 혈당을 걱정하게 되는 그런 맛이라 썩 즐기진 못했다. 나만 안 먹으면 그만이겠으나 실체를 알고 나니 먹는 사람을 보기만 해도 걱정부터 앞선다. 어떤 학생의 엄마는 자녀가 집에서 탕후루를 만들어 먹다가 화상의 위험에 노출됐으니, 학교에서 탕후루 만들 때 주의할 점을 교육해 달라고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던가. 그런데 그 인기는 인정한다. 학교에서 급식에 동그란 과일이 여러 개 나오면 식탁 곳곳에서 탕후루 파티가 열린다.



오늘도 어김없이 맞은편에 앉은 지한이가 방울토마토를 젓가락에 신나게 끼우고 있었다. 사실 다 먹기만 하면 그만인데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밥 먹는 게 장난스러워지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고 다음 이유는 밥 먹는 시간이 더 지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뭔가 2% 부족하다 생각되긴 했다. 그런데 마침 지한이가 방울토마토를 끼우다 토마토 과즙이 내 얼굴 눈가로 정확히 튀었다. 그 순간 나에겐 과일 끼우기를 말려야 할 대의명분이 생겼다!



 “지한아, 그만 끼워. 선생님 눈에 국물 튀었잖아. 끼운 건 빼서 먹고 남은 건 그냥 먹자.”

 그래도 포기를 모르는 우리 어린이. 내 눈치를 슬슬 살피며 식탁 밑으로 손을 가져가 계속 과일을 끼우기 시작했다. 바로 맞은편에 앉은 어린이가 그 모습이 안 보일 거라고 생각하며 내 눈치를 보고 있는 모습이 여덟 살 다운 첫 번째 귀여움 포인트다. 실눈을 뜨며 말했다.

 “지한아, 다 보여. 선생님은 발에도 눈이 달렸거든.”

 그러자 으하하 소리 내 웃으며 선생님은 괴물이라 외친다. 괴물이라고? 그런데 여기서 무너질 순 없지.

 “선생님 괴물 맞아. 몰랐어? 그런데 선생님은 말 안 듣는 어린이에게만 괴물처럼 보여.”

 갑자기 뭔가 뜨끔한 듯한 표정이 두 번째 귀여움이다. 그런데 그 순간 모든 귀여움을 물리칠 강력한 한 방이 날아왔다. 바로 옆에 앉은 예지의 한 마디.

 “저는 선생님 괴물로 안 보여요!”     

 옆에 친구가 있든 말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던지는 이 아이, 진정 여덟 살 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건 여덟 살의 사회생활이다. 여덟 살 나름의 사회생활이라니, 사랑스럽다 정말. 얘들아, 나중에 ‘괴물’만 기억하진 말아 주라. ‘과일을 젓가락에 끼우지 말자.’가 오늘의 교훈인 걸 잊지 마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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