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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끄적임, 큰 울림

11.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by 녹바차

찾게 된 건 우연이었다.

누군가의 찾았다는 외침을 시작으로 모두가 분주히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어서 속속히 들리는 흥분에 가득 찬 목소리들.

우리가 이곳을 머무르기 전, 이곳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숨겨둔 간식들이었다.

용케도 청소하는 사람들에게 걸리지 않고 잘도 숨어있었다.


숨겨져 있던 건 간식만이 아니었고 곳곳에 남겨둔 메시지는 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치 저 자신들을 찾아달라는 듯. 은밀하지만, 친절히 숨겨져 있었고

우리는 보물 찾기라도 하듯 들뜬 마음으로 찾아 읽었다.


모든 훈련과정을 마치고 떠나는 훈련병들이 다음 기수의 훈련병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긍정적인 메시지도 몇 개 있었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다음 사람들을 향한 비아냥과 조롱 혹은 푸념과 하소연 등등.

읽어 내려갈수록 생활관 내 분위기는 점점 숙연해졌다.

그들의 메시지를 보고 비로소 실감했을 테다..

우리는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뎠다는 걸.


떠난 그들은 이런 메시지를 남기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단순히 조롱과 비아냥을 피우고 싶었을까? 어쩌면 별생각 없이 썼을 수도 있었겠다.

뭐든 간에 이 지겨운 시간을 견뎌내고 먼저 떠난 그들이 하염없이 부러웠다.

의미 없는 작은 끄적임 하나에 우리는 크게 동요했다.

하지만, 그 부러움에 좌절해서는 안 되었다.

앞서 떠난 그들처럼 내게도 끄적임을 남길 순간이 반드시 찾아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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