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동화 백설공주에는 일곱 난쟁이가 등장한다.
그들은 백설공주가 잠든 동안 그녀를 보살폈겠다.
검은 어둠 하늘을 뒤덮을 때면 검은 마녀 찾아올까 경계하고
백옥 피부가 망가질까 걱정하며 불을 지피고는 이렇게 말했을 테다.
“그대 단잠 이루오, 우리가 지키리.”
훈련소에도 밤이 되면 이런 난쟁이들이 나타나는데.
혹시 모를 적의 침입에 대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동료들의 안전을 보호함과 동시에 숙면에 들 수 있도록 쾌적한 환경을 만든다.
귀찮고 피곤한 일이지만 군대의 난쟁이들은 묵묵히 받아들인다.
다음번 내 단잠의 이유도 밤새 나를 위해 싸워준 다른 난쟁이들 덕분일 테니.
오늘도 그들은 고독한 긴 밤을 싸우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싸우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