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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꿈

10.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by 녹바차

노랗게 익은 저 나무도

처음부터 노란 잎은 아니었음을

싱그러운 녹색 잎 띄며

푸르르던 시절이 있었음을


그 시절 피우고 싶었을 꽃이 있었지만

꽃이 아닌 열매를 맺고 익어간다.


꽃 피우진 못했지만

노란 잎 나문 여전히 푸르다.


모르는 사람들 속 무료한 시간을 종종 엄마를 생각하며 채웠다.

입소 당일 맏아들인 나를 훈련소로 떠나보내며 끝내 눈물을 보였던 나의 엄마.

다치지 말고 잘 다녀오라며 벌겋게 물든 딸기코로 안아주며 배웅을 해주던.

나이 반 오십이어도 나는 여전히 엄마의 눈에는 애기인가 보다.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아린 단어. 엄마.


입소 전 나는 친구들과 경주 불국사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우연히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아주머님 네 분의 사진을 찍어 준 적이 있는데

그녀들은 나이 들어 주책맞게 귀찮게 만들어서 미안하다며 우리 일행에게 거듭 사과를 하셨다.

노란 단풍잎이 단비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안으로 사라지는 그녀들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내 눈동자에는 가을 낙엽들을 밣으며 까르르 웃는 어여쁜 소녀들이 담겨있다.

그 소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다 보니 그녀들과 동년배인 엄마가 궁금해졌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소녀시절의 엄마. 그럴 만도 내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으니까.

그 시절 간절히 이루고 싶었을 꿈을 있었을 어여쁜 소녀. 그녀의 꿈을 이제야 물었다.

오래되어 기억도 안 난다며 이제 와 그게 무슨 소용 있냐는 엄마.

내 꿈만을 좇기 바빠 엄마의 꿈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곳에 들어오니 부쩍 엄마를 생각하게 되었다.

익숙했던 게 더는 익숙하지 않게 되자 비로소 소중했다.

이제는 너희가 행복한 게 자신의 꿈이라고 말하는 그녀.

내 인생은 엄마와 함께 살아가는 인생이 되었다.

내 꿈은 엄마와 함께 이루고 싶은 꿈이 되었다.

그 시절 이루고 싶었을 꿈이 아닌 이제는 또 다른 꿈을 가진 엄마.

지금 내 곁에는 소중한 꿈을 가진 어여쁜 소녀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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