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녹색 바다는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았다.
불행하게도 올해의 마지막 날 불침번 근무에 걸리고 말았다.
그런 내게 23시 55분에 깨워달라던 훈련병이 있었다.
그 시간에 일어나서 뭐 할 거냐는 내 물음에 그는 새해 소원을 빌 것이라 말했다.
쓸모없는 짓이라며 그럴 시간에 잠을 더 자겠다고 말하는 옆사람의 말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깨워주길 바랐다.
어둠이 찾아오고 약속한 시간에 그를 깨워주었다.
캄캄한 어둠 속 그는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이내 두 손을 모았다.
잠을 마다한 그는 지금 어떤 소원을 빌고 있을까?
문득 그에게서 이곳에서 보기 힘들었던 낭만을 느꼈다.
낭만은 어린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보물 찾기를 닮았다.
숨겨진 보물을 찾아 온 동네를 샅샅이 헤집고 다녔던 그 시절.
힘들었지만 당시 느꼈던 설렘과 행복은 무척 값졌다.
낭만은 그런 보물찾기 같다.
평범한 삶 속 숨겨진 낭만을 찾아냈을 때의 그 행복.
누군가는 허황된 것이라며 귀찮고 피곤하다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보잘것없는 작은 낭만에 큰 위로를 받기도 할 것이다.
낭만은 지치고 힘든 삶을 조금 더 나아가게 해 주었다.
낭만이 없는 곳이라면 더욱 열심히 찾아야 한다.
그래야 고된 그곳에서 우린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을 테니.
돌아오지 않을 올해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그.
그런 그를 따라 나도 두 손을 모아 소망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몹시 고되겠지만
이런 소소한 낭만으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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