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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Apr 09. 2022

밑줄 치는 오후

왜 그때 시에다 열렬히 밑줄을 쳤던가.

외로움에 더 눈길이 갔던 시절은

밑줄도 두꺼운 외투처럼 굵었지만

아무리 밑줄을 그어도 희망에 대한 안부는 물을 수 없고

위로의 단 한 줄도 전달받지 못했다.


왜 그때 그대들에게 열렬히 밑줄을 쳤던가.

강물보다도 더 멀었던 깊이와

시간보다도 더 길었던 거리의

정류장에는 언제나 멈춤의 신호등뿐이었고

슬픔의 두께처럼 진한 어둠이 왈칵 무너지곤 했다.


사용하지 못한 무수히 많은 밑줄이 남아

이제는 푸른 별만 밑줄을 기다리는 시간에

아직 마음 안으로 귀가하지 않은 당신이

나에게도 붉고 진한 밑줄을 쳤었다는 말을

기다리는 오래된 오후가 바싹바싹 잘 마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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