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멸치 몇 마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냄비 속에서 자신의 몸을 불리며
말없이 총총 다진 묵은 김치들을 순하게 받아
자신을 내어주고 있다.
저 떠본 적도 없을 것 같은 눈
결코 열어본 적도 없었을 것 같은 입
한때 눈물처럼 반짝였을 말라버린 비늘
부처의 바짝 마른 가슴같은
어디에서 그토록 구수한 진국이 나오는지.
이제 세상에 감아버린 눈과 닫은 목소리,
마른 꽃처럼 비비면 우수수 질 가슴으로
우리는 저리 흥건히 내어줄 수 있을지
반짝이는 눈물로 구수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바짝 마른 채 열반한 멸치의 가슴을 껴안으면
김칫국이 오래 맵고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