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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Apr 17. 2022

김칫국을 끓이며

마른 멸치 몇 마리가 무표정한 얼굴로

냄비 속에서 자신의 몸을 불리며

말없이 총총 다진 묵은 김치들을 순하게 받아

자신을 내어주고 있다.


저 떠본 적도 없을 것 같은 눈

결코 열어본 적도 없었을 것 같은 입

한때 눈물처럼 반짝였을 말라버린 비늘

부처의 바짝 마른 가슴같은 

어디에서 그토록 구수한 진국이 나오는지.


이제 세상에 감아버린 눈과 닫은 목소리,

마른 꽃처럼 비비면 우수수 질 가슴으로

우리는 저리 흥건히 내어줄 수 있을지

반짝이는 눈물로 구수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바짝 마른 채 열반한 멸치의 가슴을 껴안으면

김칫국이 오래 맵고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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