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름꽃

by 이지현

우리는 다 무슨 꽃일까.

작디 작아 티끌처럼 고운 씨눈을 털며 피는

이름도 모르는 꽃들이랴


그렇게 살다 간들 또 어떠랴.

어느 담장 아래서 홀로 피었다 간 꽃들도

남몰래 씨를 품었다 이 지상에 두고 갔던 것을


그래서 꽃들로 지천인 어느 여름날

이렇게 느긋이 바라보며 눈 맞추는 것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득한 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