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들어서면 벌써 천리향 뿜어내던 집
하얀 목련꽃 지던 집.
어스름 해 질 녘이면 가끔씩 대문 앞 공터에
약장수 소리 귀 기울이던 그리운 집.
손톱 끝처럼 하얀 달이
대추나무 가지 위에 걸려있던 집.
어느 날, 포도덩굴 걷어내고
동백꽃 지던 그 자리에 집을 짓고 있을 때
화안히 들여다보이던 안마당에는
노란 치자열매로 물들인 꽃지짐을 부치고
빈 하늘이 내려와 앉던 집.
이제 그 집은 목련꽃 다 지고
대문 앞 공터의 실개천에는
미꾸라지 다 감춰버린 흙이 쌓이고
눈들이 적막하게 떨어져
어디론가 떠나버린 뒤 허전하게 남은 집.
그러나 내 마음에 전설처럼
그립게 그립게 살아있는 집.
내 마음이 머물던 집.
천리향 향내로 남아있는
그 옛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