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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Jul 31. 2022

외로움이 닳을 무렵

비틀거릴 동안 이미 모든 것은 지나 갔다.
그때 내가 본 것은 무엇인가.
장미는 보지 못하고 가시만 보았다.
먹구름만 보고 그의 자유로움은 보지 못했다.


나의 변방은 확고했고 적은 없다고 여겼다.

비스켓처럼 바삭 부서지는 햇살이 더디게 꽃을 피웠지만

언젠가 피리라는 신성한 약속으로 여겼다.

싱싱한 바닷말들의 군무는 투명한 수면아래 자리잡아

아름다운 것이라 여겼다.


이 세상 어느 것이나 안으로 들어가 볼 줄을 몰랐다.

누군가 봐주길 기다리고 있는 그 한량한 서러움을

퉁명스레 외면했다.

그러다 어느 날 외로움이 슬금슬금 닳을 무렵

그대는 한껏 팔을 벌리고 둥그런 내부를 보여주었다.


오, 아직도 무사한 마음은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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