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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by 이지현

누군가에게 맨발을 보이는 것은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아무래도 쌓이고 쌓인 마음이 흘러

그곳에 굳은살로 남은 것이다.


나무의 맨발이 뿌리라면

물의 맨발이 바다라면

맨발도 마음에서 너무 멀어

생에 제대로 가 닿지 못했으므로


이 생의 탁발을 거둔 시간쯤에야

가장 무성한 상처와 모든 울음을 감추고

가난했던 흔적을 온전히 보일 것이다.


언젠가 그대 집 앞을 돌아서던

허무한 그리움도 맨발이 먼저 알아

뽑을 수 없는 티눈으로 박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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