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간이 흐른다고 하였나
누가 시간이 약이라고 하였나
누군가를 알기 위해 오래 다가갔던 시간은
조금도 흐르지 않고 제 자리에 남았고
누군가를 잊기 위해 오래 걸어갔던 시간은
통증처럼 여전히 남는 법이지.
바로 그것이 시간의 기억법
손가락을 쭉 뻗으면 그 사이로 달아나는 빛으로
언젠가는 꼬리 자른 도마뱀처럼 시간은 푸르게 사라질 것이지만
붉었던 시간 하나 툭 튀어나온 눈망울로 데굴거릴 것이어서
참으로 생은 국수 가닥처럼 길고 희끗하지만 잘도 끊어지지.
이제 시간을 기억하는 법은 마음 안에 단풍나무 한 그루 심어두는 일
가끔 까마득 잊어버려도 푸른 시간 속에서 붉은 소인을 찍어
마음에서 어느 마을로 부치는 동안 저녁의 시간이 까무룩 저물면
누군가 짧은 꿈속으로 한 발을 디디곤 하리니
아직도 시간의 흔적이 없는 푸른 머리 올이 생생한.
https://brunch.co.kr/@yhchoi90rw/1010
#브런치 작가이신 최용훈 교수님께서 또 졸시를 영역해주셨습니다. 살짝 갖다 놓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