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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Nov 27. 2020

우리 몸을 위로하는 희망의 밥상

- 『희망의 밥상』, 제인 구달



제인 구달의 식단 


아침 : 세비아 오렌지 마멀레이드를 바른 통밀 토스트 반쪽, 또는 마마이트(일종의 수프), 커피 한 잔 (가능한 유기농)

점심 : 브로콜리, 또는 스프라우츠(양배추 일종) 또는 다른 야채, 살짝 데친 토마토, 또는 껍질을 반쯤 벗기고 치즈를 얹은 토마토. 가끔은 이 식사 대신 치즈를 듬뿍 얹어 집에서 요리한 마카로니와 키쉬(파이의 일종), 커피 한 잔, 초콜릿 한두 쪽이나 단 맛이 나는 것.

저녁 : 스크램블드에그와 아침에 남긴 토스트 반쪽, 레드 와인 한 잔, 양이 많은 저녁 식사로 잔뜩 부른배를 안고 밤을 보내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간식 : 스낵 약간, 쿠키 몇 조각이나 사과 한 알, 또는 오렌지 하나, 뭐든 있는 것을 먹는다.

그밖에 : 저녁 식사 전에 꼭 위스키 한 잔. 상황이 허락하는 한 어딜 가든 커피, 크림, 설탕을 토마토 수프 팩 서너 개와 함께 가방 속에 가지고 다닌다.


                       - 책 속 ‘제인 구달의 식단’ 중에서

  


어릴 때는 메뚜기 떼가 논에서 푸드덕거려, 논을 지날 때 한 손으로 익어가는 벼를 쓱 한번 스치기만 해도 메뚜기들이 진짜 방정맞게 온 논을 날았고, 물이 가득한 논에선 개구리와 다슬기가 살았다.

물길을 따라 흘러든 올챙이를 잡으러 다니다가 어른들에게 경을 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볏 대를 쓰러뜨리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깜부기를 입술이 시커멓게 될 때까지 먹었다.

깜부기 대에 메뚜기를 꿰차고 다니는 남자아이들을 보면서, 살아있는 것을 함부로 한다고 경멸하거나 무시했다.


어느 날 우리의 밥상에서 이런 것들이 사라지고, 더 이상 볼 수도 잡을 수도 없는 귀한 것이 되었다.

제인 구달 박사의 말처럼 '땅의 몰락'이 오고, 먹을거리는 이제 '독'으로 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논에서는 개구리가 뛰어다닐 수가 없고, 올챙이는 논둑에 터진 물길을 따라 더 이상 흘러들지 않는다.

 

농경의 암흑시대의 종말을 고할 대안을, 박사는 '유기농' 먹을거리와 '바이오 푸드'로 불리는 경작 환경에서 찾는다. 유전자 변형 생물체에 대한 박사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1994년 세계 최초로 생명공학 작물이 나오면서 현재는 미국이 유전자 변형 작물을 가장 많이 생산해, 81%의 콩, 40%의 옥수수, 73%의 카놀라, 73%의 면화가 나온다는 통계다. 자본의 탐욕에 의해 얼마나 지구가 오염되어 있는지를 잘 드러낸 책이다.


레스토랑 주인이나 슈퍼마켓의 운영자들이 건강에 유익한 상품들을 갖다 놓도록 소비자의 권력을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의 권력이라고 하니 갑자기 의지와 용기가 솟는다.

우리가 언제 제대로 권력을 발휘한 적이 있나. 권력은 우리 것이 아닌 줄 알고, 특수한 위치에 서야만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기가 죽어 살았지만, 우리도 그 권력의 힘을 마음대로 이용할 때가 온 것이다.



책에서 라즈베리, 사과, 복숭아, 캔털루프(로마 부근이 원산지인 멜론의 일종), 체리. 셀러리, 완두콩, 포도와 건포도, 감자, 시금치, 토마토, 겨울 호박, 딸기는 꼭 유기농으로 먹어야 할 식품들이라고 한다.




우리의 건강한 식탁을 위해서 단체나 개인이 할 일을 제인 구달 박사의 견해로 몇 가지 열거해보자.


  과일은 껍질이 얇은 것은 피한다.

  내 땅에서 난 것이 내 몸에도 좋은 것이다.

  땅을 구해야 한다.

  내 고장 농부에게서 산다.

  농산물 직판장에서 산다.

  농장의 주주가 되어야 한다.

  식품 협동조합에 가입한다.

  전통음식이 가장 건강하다.




이제 다 함께 존중할 때


  

역설적이게도 아직 희망의 밥상이 아니기 때문에 희망의 밥상에 대해서 말한다. 밥상에 오르는 어떤 것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는 즐겁고 유쾌한 꿈이다. 아이들의 급식에도 맛있는 혁명이 일어나길 부르짖고, 자연의 밥상, 건강한 밥상을 꾸려가길 이 책은 희망하고 열망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미래의 건강을 되돌아보고, 당장 오늘 차릴 식탁에서부터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길 꿈꾼다.  


40여 년에 이르는 평생을 침팬지와 함께 살아온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태학자인 제인 구달의 밥상은, 지금 코로나가 만연한 시대에 차려볼 필요가 있다. '희망의 밥상'은 그 어느 때보다 유효하다.

바이러스가 우리 인간을 시험대에 세워두고 실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절멸의 고독을 돌아본다. 마치 그동안 우리가 동물들을 함부로 사육하고 먹으면서, 인간 외의 생명들의 존엄을 업신여기고 무시한 대가인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가 그 시험대에 세워진 이 아찔한 실험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존중이 없는 파괴를 더 이상 몰각해서는 안된다.



셰익스피어는 ‘우리의 몸은 정원이요, 우리의 의지는 정원사다.’라고 했다.


정원은 가꾸어야 아름답다. 그리고 우리가 바로 그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니 당연히 아름답게 만들어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무엇이 남을까. 우리가 희망하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희망을 위해 건강을 위한 밥상을 차리고 먹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날 즉시, 바빠서 미루던 한살림 협동조합에 가입해서 열심히 밥상을 차리기 시작했었다. 한살림은 처음엔 아파트 동네 한복판 마당에다 배달을 했다. 그 시간만 되면 우르르 동네 아줌마들이 나와서 시멘트 바닥에 내려놓은 물품에서 자신이 주문한 것을 골라 갔다. 출근으로 바쁜 사람은 그 시간에 맞춰서 절대로 갈 수 없었다. 그래서 가입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사람이 나를 위시해서 아주 많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시스템으로 변경되었다. 어떤 기구가 소비자에게만 떠맡기지 말고, 유연한 운영체계를 갖추어 줄 때 서로 상생할 수 있다. 소비자와 협동 조합이 서로 도울 때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 건강한 밥상을 준비할 수 있다.  





  제인 구달의 생명 사랑 십계명을 덧붙여 본다.


  1) 우리가 동물 사회의 일원이라는 것을 기뻐하자

  2) 모든 생명을 존중하자

  3) 마음을 열고 겸손히 동물들에게 배우자

  4) 아이들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도록 가르치자

  5) 현명한 생명 지킴이가 되자

  6) 자연의 소리를 소중히 여기고 보존하자

  7) 자연을 해치지 말고 자연으로부터 배우자

  8) 우리 믿음에 자신을 갖자

  9) 동물과 자연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돕자

  10)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희망을 갖고 살자



  제인 구달, 『희망의 밥상』,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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