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네가 살거라고 생각했겠어.
바람은 가지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흔들고
폭우는 뿌리 끝까지 쫓아와 맨 발을 드러나게 했지.
폭설의 냉기는 팔을 부러뜨릴만큼 냉혹했지.
가끔 구름이 가다 한숨을 쉬고
새 한마리 앉아 함께 떨어주었지.
혼자서 그 모진 시간을 견뎌낼 수도 있었지만
누군가 와서 가만히 어깨를 두드려주는 날은
헐벗은 마음도 춥지 않았지.
어느 날
발 뒤꿈치를 들고도
자꾸자꾸만 고개를 숙이던 너는
어느새 담넘어를 건너다볼 수 있게
자라버렸지.
누구나 한번쯤은
차가운 날의 어둔 기억을 지닌 채
맨발로 네게 다가와 침묵하면
검은 머리 위 그림자를 지우려
너는 온 힘을 다해
눈부신 보랏빛 등불로 환히 밝혀 주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