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겨울 사이 찻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무런 말도 못 했던 젊은 그 찻집.
할 말은 가득해도 세상이 보이지 않던 시간
살아온 시간은 강물처럼 흐르고 날이 서
청록의 색맹처럼 흐렸다.
젊음의 시절이 끝나리라는 예감으로
세상의 빛깔은 커피색, 눈먼 듯 어두웠다.
사랑은 스스로 져내려도
이별은 혼자 떠나지 않지만
이제는 어떤 이별이 와도 그때 그 시간처럼
아프지 않도록 단단해진다는 것을
펄럭이는 촛불이 함께 끄덕였다.
바다나 강으로 떠나는 기차가 늘 쿨럭이며
카페 무아의 창 너머로 사라지고
새 한 마리를 날려 보낸 시절이 있었다.
사랑이나 세월이나 빈 커피잔에 담긴 어두운 커피색
노래 한 소절을 빈 잔에 담아서 추억에 부쳐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기적소리처럼
레몬빛 불빛은 흔들리고 흔들려
인생은 돌아올 수 없는 강에 걸친 다리를 지나
가다가 잠시 뒤돌아보기만 하는 곳
카페 무아
나를 잊고 우리를 잊고 사랑마저 잊은
카페의 이름 같은 사랑과 이별의 떨림 앞에서
언젠가 운명처럼 만났던 모든 시간을 지우며
하얀 기억을 지상에 묻어야 하리.
여기저기 부스러기처럼 추억은 떨어져서
사람들 앞에 하나씩 놓인 빈 찻잔은 흔들리고
누구나 담아둘 뿐 할 말은 잊은
지상의 사랑이 고요히 문을 닫고 있다.
# 카페 무아 - 아주 오래 전의 청량리역이 바라보이던 곳의 카페